앞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그마저도 없는,
벽만 가득한 어둠이었다.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가장 가깝고도 정겨웠던 사람들로부터
힐난과 야유,
심지어 저주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한때는 믿음과 응원으로 함께하던 이들이,
이제는 의심과 분노로 나를 겨눴다.
무너지는 것은 재정만이 아니었다.
관계의 신뢰도,
말의 온기도,
시간의 기억마저도
빠르게 허물어졌다.
그들이 나를 향해 던진 말들은
현실의 어려움보다 더 깊이,
더 오래 남아 마음을 할퀴었다
내 힘으로는 도무지 열 수 없는 문 앞에서
등골이 바닥을 향해 빨려 들어가던 순간.
눈앞은 흐려졌고,
내 안의 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진동 한 번에 화면이 떴다.
“아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어머니의 문자였다.
이름 석 자도, 위로의 수사도 없었다.
단 한 문장.
그 안에
눈물 한 사발의 사랑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어떤 위로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네 편이야.
너,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한마디면 충분한 순간이 있다.
어머니는
기적을 부르지 않았다.
그저
삶이라는 말에 다시 줄을 이어준 사람이었다.
내가 버티고 있다는 걸
기적처럼 여겨준 사람.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차가웠지만
그 문자를 받은 날,
나는 비로소 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울 수 있었기에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렇게 누군가의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 한 줄에
다시 살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누군가가 그 문장을 받아야 할 때라면
이 말로 대신 건넨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끝은 아니다.
당신도, 살다보면 살아진다.
당신도, 살다보면 사라진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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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