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 이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