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 일상의 리듬: ‘살아내는 예배’의 구조말보다 삶이 먼저인 신앙의 길

아침 골목은 고요 속에서 깨어났다. 문을 연 가게 앞, 주인이 바닥을 쓰는 손놀림은 분주했으나 결코 급하지 않았다. 마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처럼 보였다. 거창한 기도문이나 웅장한 찬양은 없었지만, 그 고요하고 반복적인 동작은 어떤 설교보다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루를 정돈하는 그 몸짓 자체가, 말 이전에 성립된 믿음의 문장이었다.

의례(형식)는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신앙의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그릇이다. 그러나 그 그릇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신앙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난다. 신앙의 핵심은 감정의 일시적 격정이 아니라, 태도의 지속성에 있다. 약속을 지키는 신실함, 말을 아끼는 절제, 필요한 자리에서 먼저 움직이는 습관들이 바로 그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내부의 뼈대가 무너진다면, 아무리 화려한 형식도 결국 내용물 없는 빈집에 불과하다.

‘드리는 예배’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지정하는 사건이다. 반면, ‘살아내는 예배’는 일상의 모든 간격과 틈을 정돈하는 구조다. 사건은 강렬한 기억을 남기지만, 구조는 견고한 성품을 빚어낸다. 그러므로 예배의 진정한 무게는 감동의 크기가 아닌, 일상에서의 재현성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어제의 결심이 오늘의 견실한 습관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신앙은 추상적인 관념을 넘어 현실의 언어를 얻게 된다.

신앙은 도덕의 영역을 넘어선다. 도덕이 옳고 그름을 가르는 외부의 규범이라면, 신앙은 존재의 방향을 붙드는 내부의 의지다. 그 방향은 이웃을 향한 배려, 공동의 선을 향한 선택, 개인의 권리보다 책임을 먼저 떠올리는 자세로 발현된다. 의식(형식)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라면, 이 내부의 리듬(의지)은 삶 전체를 관통하며 진행하는 동력이다.

형식은 본질을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릇이 내용물보다 커지는 순간 신앙은 허기로 기울게 된다. 우리는 그릇을 정성껏 닦되, 그 안에 내용물을 채우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일정의 체크리스트를 완수하는 것보다 관계의 숨결을, 행사장의 화려한 사진보다 하루의 조용한 책임을 길게 붙든다. 이렇게 믿음은 설교에서 습관으로, 일시적 감정에서 견고한 품성으로 뿌리내린다.

저녁이 내려앉아 아침에 쓸렸던 골목이 다시 고요해진다. 오늘 하루 이어진 호흡이 내일의 호흡을 준비한다. 예배는 특정한 순간의 장식이 아니라, 하루 종일 지속되는 작은 선택들의 총합이다. 말보다 삶이 먼저일 때, 신앙은 비로소 설명이 아닌 살아있는 증언이 된다.

예배는 하루를 책임 있게 경영하는 기술, 곧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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