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당신의 스마트폰은 밤새 잘 잤다며 수면 점수를 매겨주었고, 출근길 커피 전문점 앱은 다음 레벨까지 별 하나가 남았다고 속삭인다. 외국어 학습 앱은 ‘7일 연속 학습’ 배지를 수여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오후의 업무 관리 툴은 동료보다 많은 과제를 완료했다며 당신을 순위표 상단에 올려놓는다. 이 모든 것은 유쾌하고, 성취감을 주며, 지루한 일상에 작은 동기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점수와 배지, 레벨업의 세계 속에서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삶의 모든 영역을 게임의 규칙으로 재편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매혹적인 얼굴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본래 지루하고 어려운 과업에 게임의 재미(Fun) 요소를 적용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려는 긍정적 의도에서 출발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성취욕, 경쟁심, 보상 심리를 자극하여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이 영리한 설계는 교육, 마케팅, 건강 관리, 기업 경영 등 거의 모든 분야로 무섭게 확장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딱딱한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즐겁게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을 얻는 능동적인 ‘플레이어’가 된 듯하다. 이 게임화된 세상은 우리에게 약속한다. 당신의 삶은 더 즐거워지고, 당신은 더 효율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화려한 게임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어쩌면 플레이어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말(pawn)’에 가까울지 모른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은 ‘자기결정성 이론’을 통해, 어떤 행위에 대한 금전적 보상 같은 외재적 동기가 부여될 때,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라는 내재적 동기가 파괴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세계에서 우리는 책을 읽는 즐거움 대신 독서 챌린지 배지를 위해, 달리는 해방감 대신 운동 목표 달성 그래프를 위해 움직인다. ‘왜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사라지고, ‘무엇을 얻는가’라는 계산만이 남는다. 결국 삶의 과정이 주는 깊은 의미는 사라지고, 즉각적인 보상에 중독된 채 다음 퀘스트를 찾아 헤매는 디지털 노동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과 조직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가장 최소한의 비용으로 우리의 행동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를 더 오래 붙잡아두고, 더 많이 클릭하고, 더 자주 지갑을 열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한다. 이는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가 말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의 가장 세련된 형태다. 우리는 재미라는 이름 아래 기꺼이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데이터는 다시 우리를 통제하는 더 정교한 게임을 설계하는 데 사용된다.
네덜란드의 석학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그의 명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진정한 놀이(Play)의 본질은 ‘자발성’과 ‘자유’에 있다고 역설했다. 놀이는 일상의 필요와 의무에서 벗어난 순수한 목적 없는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그것은 놀이의 ‘규칙’과 ‘보상’ 체계만을 차용하여 일상과 노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하려 한다. 이는 진정한 놀이가 아니라, 놀이의 외피를 쓴 신종 관리 시스템에 가깝다.
우리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거대한 게임에 참여할지 말지 선택할 수 없다. 이미 세상이 그렇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게임의 규칙 뒤에 숨은 설계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그 안에서 주체적인 플레이어로 남을 것인지 질문할 수는 있다. 내가 지금 수행하는 이 퀘스트는 진정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더 효율적인 부품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 성찰적 거리두기야말로, 재미라는 이름의 통제 앞에서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다. 삶이라는 게임에서 진정한 승리는 가장 높은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게임판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잃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모든 영역을 게임의 규칙으로 재편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재미와 효율을 명분으로 우리의 행동을 유도한다. 하지만 즉각적인 보상 체계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인 내재적 동기를 파괴하고, 우리를 보상에 중독된 디지털 노동자로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플랫폼과 기업은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교하게 우리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놀이의 자유를 본질로 하는 ‘호모 루덴스’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게임의 설계 의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통제 시스템 속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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