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꿈은 좋지만, 계엄은 악몽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편지를 읽고

새해 꿈은 좋지만, 계엄은 악몽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편지를 읽고

“국민 여러분, 새해 좋은 꿈 많이 꾸셨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체포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보낸 장문의 손편지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새해의 꿈 이야기를 꺼냈지만, 정작 국민에게 선사한 것은 계엄령이라는 헌정사적 악몽이었다. 편지 곳곳에서 그는 자신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계엄을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정당한 조치’로 포장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편지 한 줄 한 줄이 오히려 그의 권력 남용과 반민주적 행태를 풍자하듯 드러낸다.


“내가 대통령이구나”
책임은 뒤늦게, 계엄은 너무 빨리

윤석열 대통령은 편지에서 “탄핵소추가 되고 나니 이제야 내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 말을 읽는 국민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법과 헌법에 따라 나라를 이끌 책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니, 그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결정은 단 2시간 만에 철회되었지만, 국민에게 가해진 두려움과 혼란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왜 계엄 선포라는 초헌법적 조치 이후에나 찾아왔는가? 진정한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병력은 잠깐 대기했을 뿐”
폭력을 미화하는 ‘2시간 내란’ 논리

윤석열은 계엄령 선포 후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것을 두고 “병력은 2시간 동안 대기했을 뿐”이라며 이를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로 치부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병력을 보내고, 포고령에 “포고령 위반자는 처단한다”는 무시무시한 언어를 사용한 것이 정말 평화적인 조치인가? 병력이 국회의 마당에 잠시 대기한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누는 칼을 든 행위나 다름없다.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선언하며 권력을 사유화했던 것처럼, 윤석열 역시 계엄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주권 위에 자신의 권력을 올려놓으려 한 것이다.


“내란이 아니라 대국민 호소였다”
공포를 빌미로 한 민주주의 파괴

편지에서 그는 계엄령을 “대국민 호소”였다고 주장하며 내란 혐의를 부정한다. 하지만 그가 ‘호소’라는 단어를 빌려 실행한 것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다름 아니었다. 그의 포고령은 정당 활동과 집회를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심지어 의료진에게도 복귀 명령을 어기면 “처단한다”고 위협했다. 이런 조치가 “대국민 호소”라면, 루이 14세의 절대왕권 역시 “국민 행복을 위한 선물”이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자기모순적 자유민주주의의 왜곡

윤석열은 편지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통해 실현된다”며 자신의 행위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계엄 선포와 병력 투입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권력 분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편지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라며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순수 수호자로 내세우지만, 그의 행태는 국민을 억압하고 권력을 무한히 확장하려는 독재적 본질을 드러냈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독재를 정당화하는 이 모순은 역사 속에서 늘 권력 남용의 전조로 나타났다.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불법 행위의 미화

윤석열은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계엄령 선포를 헌법적 권한의 행사로 포장한다. 그러나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국회를 병력으로 둘러싸며, 포고령 위반자를 “처단”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헌법적 권한의 행사인가? 계엄이 단 2시간 만에 철회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내란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국민에게 공포와 혼란을 준 행위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를 범한 중대한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다.


“힘내십시오, 국민 여러분”
역설적인 결말

편지는 “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국민이 힘을 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자초한 계엄 사태와 민주주의의 위기 때문이었다. “확고한 권리와 책임의식을 가지면 미래는 밝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정작 그 자신이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행태를 비추어볼 때 너무도 역설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손편지는 자신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계엄을 헌법적 조치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편지 속의 말들은 오히려 그의 계엄 선포가 자유와 법치를 파괴하려 한 행위였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광장에서 야광봉을 든 국민들의 저항은 그의 계엄령이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를 빌미로 한 권력 남용이었음을 명백히 증명했다. 윤 대통령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국민 여러분”이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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