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의 중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 하나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성경의 기원과 구성 요소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하늘에서 내려온 책’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전통 속에서 차용하고 변형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원본인가, 혹은 표절된 책인가? 고대 문헌과의 관계를 통해 이를 탐구해보자.
1. 성경과 메소포타미아 신화: 창세기의 유사성
성경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야기는 창조와 대홍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성경보다 훨씬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문헌에서 이미 등장한다.
(1) 창조 이야기: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
-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인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기원전 18세기경)는 세상이 혼돈(테아마트)에서 창조되었으며, 신들이 싸움을 벌여 승리한 마르두크 신이 세상을 질서정연하게 창조하는 이야기다.
-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둘 다 혼돈에서 질서를 세우고, 빛과 어둠을 나누며,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이 비슷하다.
즉,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당시 고대 근동에서 널리 유포되었던 신화적 요소들을 재해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2) 노아의 홍수와 길가메시 서사시
- 『길가메시 서사시』(기원전 2100년경)에는 신들이 인간의 타락을 보고 홍수를 내려 멸망시키지만,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이라는 인물이 신의 계시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는다. 홍수가 끝난 후 그는 새를 날려 육지가 드러났는지 확인한다.
-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방주를 만들고, 가족과 동물을 태우고, 홍수가 끝난 뒤 새를 날리는 장면까지 거의 동일하다.
이러한 유사성은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화를 차용하고 이를 변형했음을 시사한다.
2. 십계명과 이집트의 마아트 법전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Ten Commandments)은 기독교와 유대교 윤리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비슷한 법률 체계가 이미 고대 이집트에서 존재했다.
- 이집트의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에는 마아트(Maat)의 42 계율이 등장하는데, 이는 십계명과 유사한 도덕적 규율을 담고 있다.
- 예를 들면,
- “나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 “살인하지 말라” (출애굽기 20:13)
- “나는 도둑질하지 않았다” → “도둑질하지 말라” (출애굽기 20:15)
- “나는 거짓 증언을 하지 않았다” → “거짓 증거를 하지 말라” (출애굽기 20:16)
즉, 십계명의 일부 내용이 이전 이집트 법전과 상당히 유사하며, 이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교육을 받은 배경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3. 신약과 헬레니즘 철학: 예수의 가르침과 플라톤
신약성경, 특히 예수의 가르침에는 헬레니즘 철학과 스토아 학파의 영향이 발견된다.
(1) 황금률(Golden Rule)
- 예수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12)라고 가르쳤다.
- 하지만 유사한 가르침이 이미 고대 중국(공자), 고대 그리스(소크라테스, 플라톤), 로마(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에서도 존재했다.
-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 65년)는 “네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행하라”라고 가르쳤는데, 이는 예수의 가르침과 거의 동일하다.
(2) 로고스(Logos) 개념
- 요한복음 1장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라고 선언하는데, 여기서 “말씀(로고스, Logos)” 개념은 원래 헬라 철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 플라톤과 스토아 철학자들은 로고스를 우주의 이성적 질서라고 설명했고, 필로(Philo)라는 유대 철학자는 이를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존재로 해석했다.
- 요한복음은 이 개념을 차용하여 예수를 “로고스”로 묘사했으며, 이는 기독교가 헬레니즘 사상을 적극적으로 흡수했음을 보여준다.
4. 예수의 부활과 부활 신화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지만, 고대 신화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 이집트 신 오시리스(Osiris)의 부활: 오시리스는 죽은 후 다시 살아나 부활하며, 그의 부활을 믿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개념이 존재했다.
- 미트라(Mithras) 신앙: 페르시아와 로마에서 숭배된 미트라 신은 구원자 역할을 하며, 신비 종교에서는 그의 희생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가르쳤다.
- 디오니소스(Dionysus) 신화: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와 부활의 신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신화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은 예수의 부활 신화가 기존의 부활 신화들과 일정 부분 공통된 요소를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성경은 독창적인가, 아니면 표절된 것인가?
성경은 단순한 표절본이라기보다는, 고대 문헌과 전통에서 차용하여 변형된 종합적 신학 서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당시의 문화적, 철학적 환경을 반영하며, 특정 시대와 지역의 사상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고대 근동, 이집트, 헬레니즘 세계의 다양한 요소들이 성경 속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신학적 의미로 재해석되었으며, 이러한 차용과 변형 과정은 모든 고전 문헌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즉, 성경은 기독교만의 완전한 독창적 창작물이 아니다. 다만, 다양한 전통을 융합하고 발전시키면서 하나의 체계적인 종교 문헌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을 신앙의 책으로 받아들이든, 역사적 문헌으로 연구하든 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블루에이지: 콘텐츠 기획 · 브랜딩 · 마케팅 · 웹개발 · 홈페이지제작 · 쇼핑몰구축 · 디자인 · 수출
E-mail: info@blueage.xyz
https://blueage.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