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한 사람의 심연을 지나며소리 없는 날에도 당신은 살아 있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천지가 조여온다.

사방은 벽 같고,

숨은 어딘가에서 멎는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나도 누구의 부름에도 대답할 수 없다.

가슴은 텅 비었는데,

목은 꽉 막혔다.

누군가 “괜찮냐”고 물으면

“아니요”조차 말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이던 날들.

“하나님, 도와주세요…”

기도조차 기도가 되지 않고,

입을 열어야 할 순간

울컥 올라오는 침묵 하나에 삼켜지던 그때.

그게 그날의 나였다.

매일 아침이 두려웠고,

밤은 잠들지 못하는 벌이었다.

누가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이 고요한 포기 속에서도

누군가 내 이름을 기억은 하고 있을까.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고요는 끝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재생의 시간이었다고.

말이 되지 않던 날들조차

그 자체로 한 편의 기도였다고.

당신의 침묵이 무능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느라

목이 멘 용기였다고.

하나님은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목 메인 가슴을 들으시는 분이고,

기도가 터지지 않아도

속으로 흐르던 탄식을

시처럼 기억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당신이

살았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하루를 건너,

지금 여기까지 왔다.

지금의 나는

이제 그때의 나를

감싸 안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시간들도

사랑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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