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빗겨 서지 말고, 한가운데로 걸어라'압력’을 나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캐나다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는 1936년 《네이처》에 “스트레스 반응 총체”를 발표하며 “스트레스는 삶의 양념이며, 완전한 제거는 죽음과 같다”는 역설을 남겼다. 셀리에는 쥐에게 지속적 자극을 주자 부신피질이 비대해졌지만, 일정 수준의 자극이 사라지자 빠르게 퇴화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생존 장치를 강화한다는 뜻이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도 비슷한 통찰을 기록했다. “순풍만 의지하는 항해사는 결코 숙련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피해 항구에 머무는 배는 녹슬 뿐이다. 세네카에게 중요한 건 풍랑이 아니라 돛과 키를 다루는 법, 다시 말해 내적 조종 능력이었다.

현대 심리학은 이를 ‘스트레스 반응곡선(Yerkes–Dodson Law)’으로 도식화한다. 자극이 너무 낮으면 무기력, 너무 높으면 탈진, 적정 수준에서 성과가 극대화된다는 곡선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스트레스 크기를 줄이려 애쓰지만, 조절 전략을 구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첫째, 스트레스를 ‘쓰기’ 전에 ‘읽어야’ 한다. 심박이 빨라지면 “아 불안해”라고만 받아들이지 말고 “몸이 연료를 공급 중”이라 해석해보라. 해석의 프레임이 곧 반응을 바꾼다. 둘째, 리커버리 리추얼을 갖춘다. NBA 선수 스테판 커리는 경기 전 루틴으로 90분짜리 섀도 드리블을 한다. 비슷하게 긴장 후 회복을 돕는 나만의 5분 루틴—심호흡, 짧은 스트레칭, 물 한 컵—을 설계하라. 셋째, 스트레스를 ‘외주화’하지 않는다. 술·게임·폭식은 임시 용해제일 뿐, 단기 차입금이 이자를 붙여 돌아오는 형태다.

일본 언어에는 스트레스를 낮추는 행위로 ‘신린욕(森林浴)’이 있다. 숲길을 걷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피톤치드가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낮춘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되었다. 핵심은 환경을 바꾸어 감각을 리셋한다는 점이다. 뇌는 단조로운 자극을 경계로 인식하지 않으므로, 의도적 장면 전환은 스트레스 수치를 20% 이상 낮춰주는 ‘무료 처방’이다.

결국 스트레스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재료다. 잘 숙성시키면 발효가 되고, 방치하면 부패가 된다. 당신의 오늘 하루에도 미세한 압력들이 도사리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조리법을 바꿔라. 스트레스를 삶의 원료로 쓰는 사람은, 불확실성의 바다에서도 자신만의 항로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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