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자동차의 속도나 스마트폰의 해상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은 아빠의 장면, 자판기 앞에서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낯선 사람, 혹은 늦은 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 마디 위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능보다 감정에 반응한다. 특히, Z세대는 더 그렇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콘텐츠 속에서 자란다. 그들은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나이키는 운동화가 아니라 도전이고, 무신사는 옷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태도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브랜드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이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이 맛이나 가격보다도, 그 공간이 주는 감각에 이끌린다. 익숙한 로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컵,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앉을 수 있는 익명의 자리.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이건 사회 속에서 ‘나’를 잠시 쉬게 해주는 ‘공감의 플랫폼’이다.
같은 이유로, 브랜디드 콘텐츠는 정보보다 감정에 먼저 닿아야 한다. 현대카드는 고객에게 ‘프리미엄’보다 ‘감각적 자기표현의 공간’을 먼저 제안했고, 닥터마틴은 반항이 아니라 ‘개성에 대한 공감’을 팔았다. 이런 전략은 단순히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Z세대가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방식을 정교하게 읽은 결과다.
미국의 브랜딩 분석 전문 기업 Zeno Group의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94%는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공감하고 참여할 때 더 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즉, 공감은 이젠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브랜드가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흐름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는 ‘말을 잘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는’ 브랜드다. Z세대는 진정성을 기막히게 구분한다. 반짝이는 슬로건보다, 묵직한 응답을 원한다. 그들은 브랜드를 ‘믿음의 통로’로 삼는다.
결국 이 시대의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함께할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공감은 이 선택을 위한 언어다. 마치 좋은 친구가 나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줄 때 느끼는 안정감처럼, 좋은 브랜드도 나의 세계를 먼저 들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지금 당신이 만들고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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