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언제나 신을 필요로 하는가? 혹은 신은 반드시 종교라는 틀 안에서만 존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신학적 논쟁을 넘어, 인간이 신과 종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해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대 사회에서 신은 삶의 중심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두려움 앞에서 신을 만들었고, 그 신을 숭배하는 행위를 통해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신을 필요로 한 것은 아니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창조주 신을 인정하지 않으며, 도교 역시 신의 개념보다는 우주의 조화를 중시한다. 반대로, 신을 믿으면서도 특정한 종교 체계에 속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나는 영적인 존재를 믿지만, 특정 종교에는 속하지 않는다”라는 현대인의 태도는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형성하고 종교라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종교는 신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장치였고, 때때로 그 메시지는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었다. 신이 존재하든 하지 않든, 종교는 인간의 삶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신 없이도 작동하는 종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무신론적 불교나 유교적 윤리 체계는 신의 존재 없이도 공동체의 가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신은 종교 없이도 존재할 수 있고, 종교는 신 없이도 지속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신과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종교는 신을 소유하려 하고, 신은 인간을 초월하려 한다. 종국에는, 종교가 없는 신은 자유롭지만, 신이 없는 종교는 공허할 뿐이다.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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