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신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류 역사에서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논쟁을 넘어 인간의 삶과 윤리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믿는 자들에게 신은 도덕과 정의, 삶의 목적을 제공하는 절대적 기준이지만, 믿지 않는 자들에게 신의 개념은 인간이 창조한 관념적 구조에 불과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상가들조차도 “만약 신이 있다면, 과연 그는 선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통해 우리는 신이 있든 없든, 결국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인물로는 파스칼(Blaise Pascal)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 그리고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등이 있다. 각각의 맥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 파스칼의 내기 (Pascal’s Wager)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Pensées)에서 “신이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파스칼의 내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신이 실제로 존재하면 영원한 천국에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믿음으로 인해 잃는 것은 크지 않다. 반면, 신을 믿지 않다가 신이 존재하면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은 신을 믿는 것이다.”

이는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믿는 것이 더 이득이다”라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파스칼은 신의 존재를 확신한 것이 아니라, “신이 없다고 가정하고 살다가 실제로 신이 있으면 큰일 아니겠느냐?”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했다.

 


2.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 – 신이 있다면 그는 사악한 신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적 무신론자인 스티븐 프라이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만약 죽어서 천국에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앞에서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이에 대해 스티븐 프라이는 강한 무신론적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렇다면 나는 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뼈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상을 만든 것에 대해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당신은 사악한 존재이며, 완전히 정신 나간 신이다. 왜 인간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나는 그런 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프라이의 주장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선한 존재일 수 없다”는 논리로, 파스칼의 내기와는 반대로 “신이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3.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 신이 있다면 독재자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현대 무신론 철학자 중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의 저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인류에게 저주다. 모든 것을 감시하고, 영원히 심판하며, 한순간도 사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독재자 같은 신이 우리를 지배한다면, 그것은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히친스는 무신론적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만약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주장했다.

 


4. 베르트랑 러셀(Bertrand Russell) – 만약 신이 있다면 그에게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20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베르트랑 러셀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무신론적 입장을 설명하며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죽어서 신을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신은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증명하지 않았는가? 왜 신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고통을 허용했는가?'”

러셀은 신이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인간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위에서 언급된 인물들의 발언은 모두 “신은 없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지만, 각자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 파스칼: 신이 있다면 믿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 스티븐 프라이: 신이 있다면 그는 사악한 존재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저주다.
  • 베르트랑 러셀: 신이 있다면 그는 인간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들의 발언을 보면, 무신론자들은 단순히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있다면 과연 그 신이 정의로운 존재인가, 믿을 가치가 있는가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우리는 신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도덕적인 존재로 살아야 한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신이 정의롭고 사랑이 많은 신이어야 한다. 신이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바로 서로에게 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것보다, 신의 존재를 가정하고 스스로를 수양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과 행동이 이 세상의 “신의 얼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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