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談] 같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사랑의 두께와 침묵의 감각말이 줄어든 자리에 온기가 머무는 법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땐,
말이 많았다.
질문이 넘쳤고, 대답은 신중했으며,
침묵은 불안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신뢰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가 되는 것.

아내는 요즘,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나는 예전처럼 계단을 힘차게 오르지 않는다.
길을 나서거나 계단을 오르며 걸음의 속도를 맞춘다는 건
시간을 나눈다는 것이고,
사랑은 결국 속도보다 방향임을
우리는 체험으로 배워간다.

젊었을 땐,
사랑은 흔히 “지켜줄게”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네가 거기 있어줘서 다행이야”라는 존재의 감각이 된다.

우리는 서로를 구하지 않는다.
대신, 같이 앉아주는 사람이 된다.
그것이 진짜 구원일지도 모른다.

이른아침,
나의 코고는 소리에 아내는 안도감을 느낀단다.
그 속에는
‘당신이 곁에 있어서 괜찮다’는 마음이 숨어 있다.

이제 우리는,
행동이 말보다 먼저 가는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같이 늙어간다는 건,
같은 의자를 오래 앉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같은 책장을 함께 넘기고,
같은 침묵을 나누며,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일.

아내는 점점 더 수다스러워지고,
나는 점점 더 잘 듣게 되었다.
아내는 잔소리가 늘어나고,
나는 ‘응, 알았어~”라는 대답이 늘었다.
우리는 서로의 호흡에 더 가까워졌다.


사랑은 깊어지면, 소리가 줄어든다.
침묵은 관계의 공백이 아니라,
관계의 음영이다.

우리는 그 음영 속에서
조용히 서로의 마음을 더듬고,
때로는 말없이 웃고,
때로는 그 웃음을 간직한 채 잠든다.


같이 늙어간다는 건
하루하루 사랑의 두께가 쌓이는 일이고,
그 두께가
우리 둘만의 조용한 기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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