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談] 부부의 기도문: 우리가 함께 드리지 못한 기도따로 기도했지만, 우리는 늘 하나의 마음이었다

아내는 교회를 가는 날 아침이면 제일 먼저 가족 단톡방에
아들과 딸을 위한 기도문을 남긴다.
‘오늘도 주님 안에서 네가 있는 자리에서 빛나길’
‘마음이 흔들릴 땐 네 이름을 지으신 분을 기억하렴’
‘시험보다, 기도가 먼저야. 아빠와 엄마는 늘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나는 그 메시지를 읽고,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조용히 그 기도문에 ‘아멘’이라는 마음의 동의를 건넨다.
비록 같이 소리 내 기도하지 못해도,
그녀의 기도가 내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같이 예배드리지 않는다.
교회는 같지만, 예배당 안에서도 자리는 다르고,
삶의 리듬도, 기도의 방식도 다르다.

아내는 시편으로 기도하고,
나는 침묵과 걷기 중에 기도한다.

그녀는 기도할 때, 시를 쓰듯 읊조린다.
나는 기도할 때, 말을 줄이고 하늘을 오래 본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지 않지만,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기도한다.

 

기도는 동시적 행위가 아니어도,
공명(共鳴)하는 삶이면 된다.
나는 주로 삶이 기도여야 한다며 형식적인 기도를 거부하고,
아내는 그의 책상에서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아래 기도한다.

서로의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문을 완성한다.
그녀의 기도에 내가 답하고,
나의 소리없는 침묵에 그녀가 기도의 등불을 켠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기도란 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위탁하는 부부의 숨은 언어, 부모의 염원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자주 기도보다 말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때론 말보다 기도가 필요한 날에
말을 잃고 기도마저 미루게 된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눈을 감는 순간,
우리는 이미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기도한 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이유로 기도해왔다.

당신의 기도는 나를 향했고,
나의 침묵은 당신을 감싸 안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드리지 못했지만,
결코 혼자 드린 적도 없는 기도
를 매일 완성해간다.

 

오늘 아침, 아내는 또 단톡방에 짧은 기도문을 남겼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주님, 오늘도
이 사람이 내 아내여서 참 고맙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매일 나누는
부부의 기도문이다.
말로 완성되진 않지만,
삶으로 드려지는 가장 진실한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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