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한동안
그 사람을 완전히 잠식한다.
숨이 차고,
시간이 멈춘 것 같고,
다시는 예전처럼 웃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나를 데리고 일어선다.
어떤 아픔은
말을 해도 달라지지 않고,
어떤 상실은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 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루를 살아낸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새로운 층을 만든다.
일본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말이 떠오른다.
“슬픔은 사람을 깨뜨리지 않는다. 다만, 깊게 만들 뿐이다.”
울지 않고 버틴 날보다
펑펑 울고 나서야
비로소 괜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찾아온다.
사람은
감정의 바닥까지 가본 사람만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고통의 끝에서
포기하지 않고
딱 한 번만 더 일어나는 사람이
끝내 자신을 구해낸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었던 건
예전의 내가 그렇게 많이 울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너지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얇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단단한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약점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깊은 사랑을 했는가에 대한 증거다.
그리고 그 기억이
나를 다시 걷게 만든다.
슬픔은
그 자체로는 선물이 아니지만
지나고 나면
내 안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강을 만든다.
그 강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중심을 잡아준다.
그러니 지금 슬픔 한가운데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기억했으면 한다.
이 슬픔도 지나간다.
하지만
그 지나간 자리엔
이전보다 깊고 단단한 내가
새로 태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