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대로 살아가는 일앎과 삶이 하나가 되는 순간

“지행합일(知行合一)” ―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명나라 유학자 왕양명(王陽明)이 강조한 심학(心學)의 핵심 개념이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참된 앎은 반드시 실천을 수반한다. 행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 것이다.”

왕양명에게 있어 지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어야 했다. ‘선(善)’을 안다면 선하게 행동해야 하고, ‘의(義)’를 안다면 의롭게 살아야 한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상은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길을 걷다가 쓰레기를 줍지 않는 손, 약자의 고통을 보면서도 외면하는 눈, 불의한 말 앞에서 침묵하는 입. 우리 모두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윤리와 정의, 상식과 책임. 하지만 그 앎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은 얼마나 되는가. 지행합일은 바로 그 틈을 묻는 말이다.

행동 없는 앎은 때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남보다 더 안다고 여기는 사람은 쉽게 교만해지고, 실천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작은 앎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서서히 신뢰를 쌓는다. 행동은 지식의 몸이고, 앎은 행동의 그림자다.

지행합일은 그래서 이상적인 상태이면서도, 날마다 점검해야 하는 과제다. 오늘 내가 말한 것 중에 스스로 지킨 것은 얼마나 되는가. 내가 아는 삶과, 실제로 살아낸 삶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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