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그 뜻은 ‘아무것에도 머물지 않고 베푼다’는 말이다.
베풀고 나서 내가 준 것,
받은 이의 반응,
그로 인해 생긴 관계나 의미—
이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바람처럼 주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사람다워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돌려받을 생각도 없고,
기억되려는 마음도 없고,
심지어 내가 베풀었다는 사실마저 놓아버리는 것.
이렇게 말하면,
“그래서 뭐든 무심하게 살라는 거냐” 묻는 이도 있다.
하지만 무주는 무심이 아니라,
‘머물지 않음’이다.
그건 곧, 가장 깊이 사랑하고서도
그 사람의 등을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다.
아픈 길냥이를 데려다
며칠 먹이고 보살핀 후,
다 낫고 나면 보내주는 마음.
세상만사 괴로운 친구에게 말없이 앉아주고,
어느 날 그 친구가 멀어져도
‘그땐 그랬지’라고 웃을 수 있는 마음.
세상이 너무 계산적이라,
이런 무주상보시는 바보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바보들이
세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도,
조금 바보처럼 살아도 괜찮다.
누군가를 도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깊이 건네는 사람이 되자.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그것이 가장 오래 남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