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난 옷이냐? 어서 사실대로 말해 봐라.”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고물상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입고 들어온 고급 브랜드의 청바지를 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며칠째 다그쳤다.
성화에 못이긴 아들이 마침내 사실을 털어놨다. “죄송해요. 버스정류장에서 손지갑을 훔쳤어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 아들이 남의 돈을 훔치다니…’ 잠시 뒤 아버지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잘못된 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경찰서로 데려가 자수시켰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들의 범죄사실이 하나 더 밝혀졌고 결국 아들은 법정에 서게 됐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아들이 남의 돈을 훔친 것에 마음 아파하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재판이 있던날 법정에선 어머니는 울먹였다. “남편의 뜻대로 아들이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엄한 벌을 내려 주세요.”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 통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드디어 판결의 시간이 왔다. “불처분입니다.” 벌을 내리지 않은 뜻밖의 판결에 어리둥절해 하는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판사가 그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이처럼 훌륭한 이를 아버지로 둔 아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정해진 기준에 의해 선택돼 부모가 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권력 있어야 자식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부모는 감화의 원천인 까닭에 그 자녀를 얼마든지 위대하게 할 수 있다. 위대한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어머니가 위대한 것이다. 무아적인 사랑과 기도는 어머니를 위대하게 만든다.
김현청 /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