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침내 사랑에 빠졌다. 설레는 첫 만남(‘인지’)과 매혹적인 첫인상(‘호감’)을 지나, 깊은 대화(‘탐색’)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고, 마침내 망설임 없는 결합(‘행동’)에 이르렀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둘만의 관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기쁨과 확신은 주변으로 흘러넘쳐, 소중한 이들에게 나의 선택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이야기하고 싶게 만든다. 5A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지지(Advocate)’는 바로 이처럼 만족을 넘어, 자발적인 사랑의 전도사가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름다운 결말에 도달하기 전, 수많은 약속들이 부서지는 현실을 목도한다. 개발자나 제조사를 만나다 보면 TMI(Too Much Information)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일쑤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 수십 개의 특허증, 화려한 수상 경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피로감이 몰려 온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팔 건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심지어 경쟁사를 폄훼하는 지점에 이르면, 듣는 이의 마음속에는 냉소적인 질문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요?”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지-호감-탐색-행동’에 이르는 1-4단계의 여정이다. 이 길고 험난한 과정은 때로는 탁월한 마케팅사의 실력으로, 때로는 회사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혹은 운이나 우연의 힘으로 돌파가 가능하다. 화려한 광고는 고객의 눈을 사로잡고(‘인지’), 세련된 웹사이트는 마음을 흔들며(‘호감’), 교묘하게 배치된 정보는 의심을 잠재우고(‘탐색’), 간편한 결제 시스템은 마지막 망설임을 거둬간다(‘행동’). 하나의 약속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그렇듯, 진짜 이야기는 약속 이후에 시작된다. 마케팅이라는 화려한 연애편지를 믿고 문을 연 고객이 마주한 실제 제품과 서비스의 모습. 이것이 바로 ‘지지’와 ‘배신’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 단계는 더 이상 마케터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오롯이 제조사와 개발자의 진짜 ‘실력’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마케팅이 쏟아낸 모든 이미지와 정보가 실제 경험과 다르다면, 고객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재구매나 재구독은 일어나지 않으며, 긍정적인 입소문은커녕 부정적인 평판만이 흉터처럼 남는다.
이 단계에서 고객은 더 이상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다. 그들은 브랜드의 서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공동 창작자’이자, 새로운 신화를 퍼뜨리는 ‘스토리텔러’로 거듭난다.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치는 열 마디의 광고보다, 신뢰하는 친구가 진심을 담아 건네는 한 마디의 추천이 더 강력한 힘을 갖는 시대. ‘지지’는 바로 이 신뢰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진원지다. 고객은 소셜 미디어에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고, 주변인에게 제품을 추천하며, 때로는 브랜드를 향한 비판에 맞서 변호하기까지 한다.
결국 ‘지지(Advocate)’는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당연한 결과다. 마케팅은 고객을 문 앞까지 데려오는 최선을 다할 뿐, 고객이 그 안에 머물며 다른 손님을 초대하게 만드는 힘은 오직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의 콘텐츠에서 나온다. 당신의 마케팅이 써 내려간 화려한 연애편지는,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온 당신의 진짜 삶(제품)을 배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지지는 약속의 언어가 아닌, 경험의 증거로만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평범한 고객을 열정적인 지지자로 만드는가? 이 연금술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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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뛰어넘는 경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단순히 약속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할 때 지지의 씨앗은 싹튼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제품은 물론, 매끄러운 구매 과정(‘행동’)과 감동적인 사후 서비스까지, 모든 여정이 총체적으로 훌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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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유대감: 고객이 브랜드의 철학, 비전, 스토리에 깊이 공감하고, 스스로를 브랜드가 구축한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느낄 때, 관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브랜드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닌, 나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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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이 브랜드를 지지하고 추천하는 행위가 나를 더 멋지고, 현명하며, 윤리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느낄 때, 지지 활동은 더욱 활발해진다. 나의 추천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강력한 동기가 된다.
‘지지’ 단계에 이르면, 마케팅의 선형적 모델은 마침내 원형의 ‘충성도 루프(Loyalty Loop)’를 완성한다.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새로운 잠재 고객들에게 가장 신뢰도 높은 ‘인지’의 계기가 되고, 이는 곧바로 ‘호감’과 ‘탐색’ 단계를 압축하며 더 빠른 구매 결정으로 이어진다. 즉, 한 사람의 완벽한 여정의 끝은, 다른 누군가의 여정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브랜드의 역할은 이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긍정적 경험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지지자들을 커뮤니티의 영웅으로 대우해야 한다. 최고의 마케팅은 더 이상 기업이 무언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서로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5A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지지(Advocate)’는 단순히 마케팅의 성공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지, 호감, 탐색, 행동의 4단계는 마케팅의 역량과 자본으로 고객에게 ‘약속’을 하는 과정이지만, 이 약속이 구매 후 실제 경험과 다를 경우 고객은 배신감을 느끼고 재구매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고객을 열정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힘은 화려한 마케팅이 아닌, 약속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적인 ‘실력’에 있다. 지속가능한 판매는 결국 콘텐츠 그 자체에서 나온다.
당신의 고객은 여정의 종착역에서 만족하며 멈춰 서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여정을 이끌 다음 주자를 위해 기꺼이 깃발을 흔들고 있는가?
“마케팅은 더 이상 당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 세스 고딘(Seth Godin)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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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