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그리하여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삶과 죽음, 두 개의 질문에 답하는 한 권의 지침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그리하여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0px; margin-bottom:4px;'>삶과 죽음, 두 개의 질문에 답하는 한 권의 지침서</span>

아침 산책길에 나선 아내가 도서관에 들렀다며 내게 물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느냐고. 나는 무심히 답했다. 당신이 내게 읽히고 싶은 책을 가져다 달라고. 잠시 후 그녀가 내민 두 권의 책은 하버드의 외과의사이자 작가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 나란히 놓인 두 제목은 마치 “죽어라 일하라”는 묵직한 농담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이 두 권의 책이 실은 하나의 질문, 즉 ‘어떻게 온전한 삶을 살아낼 것인가’를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결코 우리를 소진과 번아웃으로 내모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한 명의 전문가가, 한 명의 인간이 자신의 일 앞에서 가져야 할 세 가지 태도—성실함(diligence), 올바름(doing right), 독창성(ingenuity)—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가완디는 외과의사로서 겪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통해, 생명을 다루는 일의 무게 앞에서 ‘얼마나 잘해야 충분한 것인가’를 묻는다. 그는 수술 전 손을 씻는 지극히 기본적인 행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체크리스트라는 단순한 도구가 어떻게 수많은 실수를 막아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의 질문은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가? 정답과 최선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이 책은 일이란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자신을 연마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과정임을, 즉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수행의 길임을 이야기한다.

두 책은 서로를 비춘다. ‘일’의 최종 목적은 사람이고, ‘죽음’의 준비는 삶의 방식이다. 하나는 성과의 윤리, 하나는 유한성의 윤리지만 결론은 같다. 더 잘하려면 더 깊이 사랑해야 하고, 잘 떠나려면 오늘을 더 온전히 살아야 한다. 그러니 제목을 이렇게 바꿔 읽자. 일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 죽음은 실패의 사건이 아니라 가치의 선택. 이 둘을 하루의 루틴으로 잇는 순간, 삶은 성과와 품위라는 두 기둥 위에 선다.

그렇게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가완디는 현대 의학이 이룬 눈부신 성취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한다.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병원 침대 위에서, 각종 튜브에 연결된 채 고통스럽게 연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에는 탁월했지만, 인간다운 삶의 마무리를 돕는 데는 무력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의학의 목표가 단순히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웰빙(well-being)’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완디는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수많은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죽음이 의학적 사건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사느냐’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이다. 이를 위해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 사이의 솔직한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상태가 된다면 살아있는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겠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야말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결국 아내가 가져온 두 권의 책은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매일의 삶을 성실하고 올바르게 쌓아가는 ‘과정의 미학’을 다룬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그 과정의 마침표를 존엄하고 평온하게 찍는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열하게 일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은,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고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삶과 맞닿아 있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두 개의 답변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유한한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오늘 하루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아툴 가완디의 두 책은 그 고민의 여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당신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가장 온전하게 살아내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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