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수천 명의 입사지원서를 읽고,
면접자를 만나며 자주 드는 생각이 있었다.
‘열심히 살았구나.’
‘고생했네.’
하지만 그것은 칭찬이 아니다.
그다음에 떠오르는 진심은 이렇다.
“그런데, 방향 없이 달렸구나.”
“이력서의 칸만 열심히 채웠네.”
기술을 배웠고, 스펙을 쌓았고, 자격증을 땄고,
심지어는 유학도 다녀왔지만
그 모든 것들이 한 줄의 서사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한참을 묻는다.
“왜 그 일을 했나요?”
“당신이 그 안에서 찾은 의미는 뭔가요?”
“유학은 왜 갔던 거지?”
사업가들의 상담도 비슷하다.
열정이 대단하고, 성공에 대한 갈망도 깊다.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 제품의 품질을 입증하는 인증서,
여기에 정부지원사업 선정 이력까지 첨부한다.
정말 성실하게 준비해온 게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자주 되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팔 건데요?”
“고객은 누구고, 그 사람의 언어는 뭔가요?”
기획이 없다. 맥락이 없다. 설계가 없다.
영감 없는 노력, 방향 없는 열정.
그래서 실패는 불보듯 이미 예정되어 있다.
에디슨은 말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 말을, 흔히 이렇게 받아들인다.
“성공하려면 노력하라.”
“결국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
“1%의 재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그는 ‘1%의 영감’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문장의 맨 앞에 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 1%가 없다면 99%는 아무 소용 없다.”
사실 많이 알려진 것과 달리,
토머스 에디슨이 남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는
‘노력’보다는 ‘영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있다.
에디슨은 실제로
“1%의 영감이 없다면 99%의 노력은 무용지물”이라고
여러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분명히 밝혔다.
언론이 에디슨을 노력파 인물로 강조하면서
이 말이 ‘노력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져
대중적으로 왜곡·전달되었다.
에디슨 자체의 의도는 ‘올바른 방향과 영감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큰 결실이 없으며,
핵심은 결국 영감에 달려있다’는 점에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즉 무의미한 노력 역시 ‘전기를 빛으로 바꾼다’는
본질적 영감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통찰이 이 명언의 핵심이다.
따라서,
“99%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힘은 바로 1%의 영감이다”로
해석하는 것이 에디슨 본인의 본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분석과 해설들은 최근에 와서야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으며,
에디슨이 실제로 영감의 가치를 더 높이 쳤음을 강조하고 있다.
에디슨은 ‘노력’이 아니라 ‘영감’의 절대성을 말한 것이다.
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수천 번의 망치질도,
수만 번의 실험도,
몇년을 열심히 달려간 꿈도
다른 이름의 헛수고가 된다.
그러니까 에디슨의 말은 이렇다.
“노력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건, 그 1%의 통찰이다.”
가만히, 우리 일상을 돌아본다.
‘노력하고 있는데 왜 안 될까’
‘나는 이토록 성실한데 왜 머무는 걸까’
그 답은 혹시,
영감이 아닌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눈앞의 할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무지한 열정, 무지한 노력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그것은 방향 없는 화물차와 같다.
멈추지 않는 충돌이고, 파괴다.
단순히 뜨거운 것이 옳은 것이 아니다.
열정은 냉철한 인식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한 방향을 찾는 데 하루가 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십 년이 걸리더라도,
그 하루는 절대 낭비가 아니다.
방향이 틀리면 모든 노력이 실패지만,
방향이 맞으면 모든 실패가 자산이 된다.
에디슨이 말하지 않은 것은
노력보다 ‘기획’이 먼저라는 것이다.
묻지 않는 노력은 관성이고,
보지 않는 성실은 독선이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당신에게
이 한 줄을 남긴다.
무지한 열정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그 방향이 틀렸다면, 노력은 오히려 파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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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