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성경: 기독교 정경의 가장 넓은 경계를 가진 경전

에티오피아 정교회(Ethiopian Orthodox Tewahedo Church, EOTC)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방대한 성경 정경을 보유하고 있는 교파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서방 기독교(가톨릭 및 개신교)와 동방 기독교(그리스 정교회 및 러시아 정교회)가 사용하는 성경 정경보다 훨씬 넓은 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동방교회들보다도 더 많은 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성경의 기원과 특징, 그리고 서구 기독교 전통과의 차이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기독교 전통과 성경의 형성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기원후 4세기경 아크숨(Aksum) 왕국에서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되면서 시작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4세기 초 에티오피아 왕국의 왕 에자나(Ezana)는 기독교로 개종했고, 그의 신하였던 프룸엔티우스(Frumentius)가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영향을 받아 첫 번째 에티오피아 정교회 주교가 되었다.

에티오피아 기독교는 초기 동방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이집트 콥트 교회와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적인 기독교 문화와 신학을 형성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성경 정경 역시 독특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에티오피아 성경은 헬라어(70인역, Septuagint) 성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의 히브리어와 아람어 전통뿐만 아니라, 코이네 그리스어 및 초기 기독교 문서들의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게에즈(Ge’ez) 성경”을 따르고 있다.
게에즈어는 에티오피아의 고전 언어로, 현재는 종교 문서에서만 사용되지만, 한때는 국가 공식 언어였다.


2. 에티오피아 성경 정경의 구조와 특징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경 정경은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성경보다 훨씬 방대하며, 특히 구약의 외경과 위경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1) 구약성경 (Old Testament)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구약성경은 총 46~54권으로, 개신교(39권)나 가톨릭(46권)보다 많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토라(모세오경):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 역사서: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등
  • 시가서: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등
  • 예언서: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소예언서 12권

여기까지는 가톨릭 및 정교회와 비슷하지만,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외경과 위경을 포함한다.

  • 에녹서(1 Enoch, 한니옥의 에녹서)
  • 희년서(Jubilees, 창세기의 확장판)
  • 아담과 하와의 책(Book of Adam and Eve)
  • 에스드라서(Esdras, 3~4 에스드라)
  • 막카베오서(3, 4 막카베오서 포함)
  • 바룩서와 예레미야의 편지
  • 메카베안 신앙 고백서(Maccabean Confession of Faith)

(2) 신약성경 (New Testament)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신약성경은 총 35권으로, 서방 기독교(27권)보다 더 많다. 주요 추가 문서들은 다음과 같다.

  • 고대의 시노프시스 복음서(Synoptic Gospel harmony): 이 복음서는 마태·마가·누가 복음을 종합한 것으로,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사용되었다.
  • 베드로의 복음서(Gospel of Peter)
  • 디다케(Didache, 열두 사도의 가르침)
  • 클레멘트 서신(1 Clement, 2 Clement)
  • 바울의 서신 외 추가 서신
  • 시므온의 계시록(Apocalypse of Simeon)
  • 마리아 복음서(Gospel of Mary, 그러나 나그함마디 문서의 것과는 다름)

이 중 특히 에녹서(1 Enoch)와 희년서(Jubilees)는 다른 어떤 기독교 정경에서도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않은 문서로, 이 두 문서가 에티오피아 성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큰 특징이다.


3. 에티오피아 성경과 서방 기독교 전통과의 차이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경 정경은 개신교, 가톨릭, 동방 정교회와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1) 구약 정경에서의 차이점

  • 개신교(39권)와 가톨릭(46권)보다 훨씬 많은 외경과 위경을 포함한다.
  • 에녹서와 희년서를 정경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기독교 교파이다.
  • 에스라, 바룩서 등은 2~4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막카베오서도 3, 4권까지 포함한다.

(2) 신약 정경에서의 차이점

  • 서방 기독교의 표준 27권 외에 8권을 추가하여 총 35권을 정경으로 인정한다.
  • 베드로의 복음서, 디다케, 클레멘트 서신, 마리아 복음서 등이 포함된다.
  • 묵시록이 여러 개 존재하며, 요한계시록 외에도 시므온의 계시록 등이 추가되어 있다.

4. 에티오피아 성경의 현대적 의의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경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사용했던 다양한 문서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에녹서와 희년서는 유대교 및 초기 기독교 신학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문서로 평가받는다.
또한, 에티오피아 성경의 구성은 기독교 경전 형성이 단순하지 않았으며, 교회마다 정경의 경계가 다르게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신자들은 여전히 이 성경을 읽으며 신앙 생활을 하고 있으며, 21세기에도 이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종교적 가치를 가진다.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경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방대한 정경을 가진 성경으로, 다른 기독교 전통에서 제외된 많은 외경과 위경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에녹서와 희년서를 정경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교회라는 점이 독특하며, 신약에서도 베드로의 복음서, 디다케 등 다양한 문서들을 추가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초기 기독교의 다양한 신학적 흐름을 반영하며, 정경 형성이 역사적으로 복잡한 과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따라서, 에티오피아 성경은 기독교 경전 연구뿐만 아니라, 초기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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