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는 단순한 인사법이나 의전 절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품격의 질서’다.
공자는 “예가 무너지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고 했고, 맹자는 “예는 욕망을 조절하는 울타리”라 했다.
즉, 예는 인간 본성의 충동을 길들이고, 공동체의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장치다.
한국 사회는 예를 중시하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어른 앞에서 자리 양보하기, 이름 대신 존칭으로 부르기, 제사를 통해 조상을 기억하는 습속 등은 모두 예의 한 표현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꼰대 문화’라는 비난 속에 예는 낡은 관습으로 치부되거나, 반대로 형식만 남은 채 본질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의전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일상 속 존중은 사라져버린다.
역사를 보면, 예를 제대로 세운 사회는 오래 버텼다. 조선의 성리학 체제는 예를 중심으로 사회 질서를 구축했고, 그 덕에 왕조가 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반면 예가 무너진 순간, 왕권은 사치와 전횡으로 흐르고, 백성은 더 이상 존경을 보내지 않았다.
예는 억압을 위한 규범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는 자유의 형식이다. 격식을 넘어,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작은 실천’이 바로 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 벨소리를 줄이는 일, 회의에서 발언 시간을 지키는 일, 일상의 언어 속에 존중을 담는 일이 모두 예의 현대적 모습이다.
품격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지위가 아니라, 예를 통해 드러난다. 예가 살아 있는 사회는 불편 속에서도 존중이 흐르고, 그 존중이 결국 신뢰와 공동체의 힘을 만든다.
예(禮)는 단순한 의전이나 형식이 아니라,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품격의 질서다. 욕망을 조절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공동체의 조화를 가능하게 한다. 예가 무너진 사회는 형식만 남고 존중은 사라지며, 결국 신뢰를 잃는다. 진짜 예는 작은 실천 속에서 드러난다. 자리 양보, 발언 시간 지키기, 언어의 존중. 품격은 바로 이런 예에서 시작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할까요?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