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玩物喪志)갖는다는 것은 곧 빼앗긴다는 것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가까이하면 마음을 잃는다,
곧, 어떤 것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마음의 중심을 차지해
정작 중요한 것을 밀어내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잦은 출장으로 불편을 겪는 아내를 위해 차를 한 대 더 구입했다.
차를 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 관심은 그 새 차에 머물러 있다.
작업 효율을 높인다는 핑계로 노트북을 바꾸는 일도 잦다.
새 제품이 오면 몇 날 며칠을 매달려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깔고, 커스터마이징을 하느라 밤을 지새운다.
그렇게 몰두하는 사이,
언제 샀는지도 모르게 금세 ‘중고’가 된다.
카메라든 캠코더든,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그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 시간을 잡아먹는 ‘주의 분산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면 감사의 마음을 잃는다.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사업을 시작하면
가족의 소중함이 희미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내 일상은
회의와 출장, 위원회와 마감으로 가득 찼다.
기자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으면서는
더 이상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틈이 없어졌다.

대표라는 이름 아래,
아빠와 남편의 역할은 미뤄졌고,
친구라는 이름도, 형이라는 호칭도
일이라는 애물단지에 갇혀버렸다.
하루의 피로는 고스란히 아내에게로 향했고,
짜증과 불평은 그 소중한 사람과의 거리만 넓혀 놓았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중요했을까?
무엇이 그렇게까지 소중한 것을 내쫓을 만큼 가치 있었을까?

오늘, 바쁜 마감의 와중에도
나는 마음속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본다.
차보다, 노트북보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라고 되뇌며.

아들과 함께 놀이동산을 찾고,
아내의 하루에 다정한 눈빛을 더하고,
조카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친구들과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시간.
그 소소한 순간들이야말로
내 삶을 완성해가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감사와 자족은 비는 곳에 스며든다.
무언가를 덜어낸 자리에,
비로소 진짜 내 마음이 돌아온다.

콩알만 한 정이
때로는 대지보다 넓다.
욕심을 내려놓고,
비워진 그 자리에 사랑을 들이는 삶.

-낮은 울타리에 게재된 글(리라이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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