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바구스(Philipp Bagus)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Andreas Marquart)의 저서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부를 특정 계층에 집중시키고, 나머지 다수를 소외시키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 작품이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신화를 넘어, 부의 불평등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지를 설명하며, 부자들만의 ‘경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폭로한다.
부는 어떻게 한 곳에 집중되는가?
많은 사람들은 부자들이 ‘똑똑하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바구스와 마르크바르트는 부의 집중이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 통화 정책과 금융 시스템
- 중앙은행이 시장에 풀어놓은 유동성(돈)은 단순히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먼저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권, 대기업, 상류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QE, Quantitative Easing)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자산 가격을 폭등시키는데, 이는 기존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층은 상승한 가격에 진입하지 못하고 더욱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 정부 규제와 대기업의 유착
- 대기업들은 정부의 규제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 예를 들어, 복잡한 세법과 규제들은 오히려 대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법률팀과 로비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 사회 이동성의 붕괴
- 과거에는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류층이 교육, 네트워크, 투자 기회를 독점하며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젊은 세대가 기존 부자 계층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왜 부는 일부에게만 집중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게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 금융 시스템이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논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 책은 단순한 ‘부자 따라 하기’ 전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룰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부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은 우리 사회가 소원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다수를 압박해 소수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사회적 결속의 끈이 마모되어 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이 물질주의에 집착하고 냉혹하게 변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은 화폐 시스템에 있다.
_13쪽 ‘더 이상 돈에 이용당하지 말라’
화폐가 없으면 다각도로 복잡한 사회의 분업 경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분업은 엄청난 생산성을 가져오며 그 생산성은 지구의 모든 인구를 먹여 살리게 한다. (중략) 화폐가 구매력을 유지하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충족시키려면 반드시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_31~33쪽 ‘대체 불가가 된 돈의 필요성’
인플레이션은 부의 재분배를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은 새로 찍어서 만들어진 돈을 먼저 확보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가장 먼저 그 돈을 손에 넣는 사람은 아직 변하지 않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본다. 반면 새로운 돈을 뒤늦게 손에 넣은 사람들이나 아예 그 돈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된다. 그들이 추가 수입을 확보할 시점이 되면 물건과 서비스 가격은 이미 오른 상태다.
_113쪽 ‘빈부격차의 진정한 주범’
국가는 화폐제도와 통화량 확장, 그리고 부채 증가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부자들은 더 부유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 그다음 국가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수입을 재분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 스스로 만들어 낸 기만적인 존재 이유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국가의 화폐 독점권이 없었더라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문제들이다.
_178쪽 ‘부와 빈곤의 알고리즘’
사회적 불균형이 서서히 심화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악성 부채가 점점 더 많이 쌓인 상태에서 새로운 사이클을 향해 출발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1970년대의 금융위기부터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위기가 닥칠 때면 어김없이 금리가 인하되고, 새롭게 만들어진 돈이 과도한 부채를 진 사람들을 구제한다.
_276쪽 ‘빚 권하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