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업이 지지부진할까? (1)과거의 성공이 현재를 막는다

왜 사업이 지지부진할까? (1)<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7px; margin-bottom:20px;'>과거의 성공이 현재를 막는다</span>

성공한 경험이 자산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그 경험이야말로 혁신의 방해물이 되고, 관성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수출을 한다는 소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동남아 시장에서 K-뷰티가, 중동에서 K-푸드가, 유럽에서 K-리빙이 붙티나게 팔린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는 문득 의문을 품게 된다.

“왜 많은 기업들이 기회를 못 잡고 있는 걸까?”

회사는 제품도 괜찮고, 공정도 안정적이며, 개발자와 연구진의 역량도 충분하다. 해외 거래도 해봤고, 유통도 경험이 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묶이는 느낌일까?

이 글은 그 원인을 마케팅과 사업구조,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경험의 관성’에서 찾고자 한다.

 

마케팅은 변화했지만, 우리는 그대로다 – 5A의 관점

예전엔 그랬다. 목 좋은 곳에 가게를 내면 손님이 발길을 끊지 않았다. 간판만 걸어도 장사가 됐다. 전단지 몇 장에, 입소문만 타면 월세는 걱정 없었다.
그 시절, 유통은 총판과 대리점의 몫이었고, 제품의 스펙과 특허,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이 아무리 특허를 내고, 천연성분을 내세워도, 소비자는 냉정하다. 마케터는 개발자들의 이러한 허세를 들으면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팔건데?” 바이어와 소비자들은 더 냉정하다. 그들은 “그래서, 왜 사야 하지?”라는 질문을 품고 당신의 브랜드를 네이버에서 구글에서 그리고 자신이 애용하는 쇼핑몰에서 검색한다. 산골짜기 한적한 곳의 카페도, 주차와 검색이 편리하다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오르고, 예약이 밀린다. 해외에서도 바이어들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검색포털에서, 아마존과 쇼피와 쿠팡 같은 쇼핑몰에서 검색해 구매의사를 타진한다. 공간의 가치, 유통의 권력, 제품의 우위는 모두 해체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방식이 변화했고, 고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품력은 기본이다. ‘기본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있다. 제품력은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소비자가 판단하고 결정할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의 사고방식, 검색 방식, 구매 결정 구조가 통째로 바뀐 것이다.

코틀러가 제시한 5A – 인지(Aware),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 옹호(Advocate). 이 다섯 단계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를 ‘구매’한 뒤에도, 그 브랜드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AS는 잘 되나? CS는 친절한가? 브랜드가 진짜 나를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제품이 좋다는 것’만을 마케팅의 전부로 여긴다. 샘플을 뿌리다가 망하기 쉽상이다. 그 이후의 여정, 즉 고객이 ‘옹호자’가 되는 과정은 방치된다.

 

유통이 바뀌었다. 그런데 마인드는 아직 ‘총판 시대’에 멈춰있다

총판, 대리점, 물류창고, 진열 매장. 이 모든 게 당연했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B2C, D2C, C2C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 최소 주문(MOQ) 개념도 무너졌다. 개인은 가장 강력한 셀러가 되었고, 소비자는 정보 생산자다. 이제 브랜드는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기다릴 수 없다. ‘브랜드로 걸어오는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특허 몇 개 있고, 원료는 일본산이고, 공장은 GMP고…” 같은 이야기를 자랑 삼는다. 그건 스펙이지, 매력포인트가 아니다. 고객이 사고 싶게 만드는 서사는 따로 있다.

문제의 뿌리는 깊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지금의 의사결정을 지배한다. 과거에 홈페이지를 만들어봤지만, 업체와 소통이 안 돼 엉망이 된 기억이 있다. 광고를 돌려봤지만 돈 먹는 하마 처럼 비용만 들어가고 결과가 없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는 필요 없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의 실패’이지, ‘지금의 무용론’이 아니다.  지금은 홈페이지와 검색, 그리고 퍼포먼스 매체가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바이어도 소비자도 회사소개서나 샘플로만 물건을 구매할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웹에서 어떻게 인지되고, 매력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러 궁금증을 해소 하고 유사제품과의 비교 후에야 구매 여부의 결정을 내린다. “이전 홈페이지가 무용지물이었으니 지금도 필요가 없다”라는 착각이 기업을 천천히 침몰시킨다. 소통이 안 됐던 이유는 기획이 없어서였고, 퍼포먼스가 안 나온 이유는 목표설정과 타깃 세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못된 경험을 일반화하고, 그 기억에 마케팅 전략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구조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우리는 변화에 둔감한가? 왜 고객의 여정 전체를 보지 못하는가? 피에르 부르디외는 “과거의 습관이 새로운 질서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는 순간, 시장은 이미 당신을 뒤로 두고 달려간다. 지금의 소비자는 ‘구매’가 아니라 ‘경험’을 산다. 그 경험이 좋으면 브랜드를 옹호하고, 나쁘면 SNS에 불만을 쏟아낸다. 브랜드의 운명은 이제 고객의 손 안에 있다.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여전히 ‘제품 좋다는 것’만을 마케팅의 전부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여정 전체를 설계할 것인가? 브랜드의 이야기를, 고객의 언어로, 고객의 삶 속에서 다시 써야 할 때다. 고전에서 말했듯, “변화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화 그 자체뿐이다.” 이제는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고객의 여정에 정직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소비자 중심 사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제품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문제는 ‘과거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도 팔렸던’ 시대의 기억이 지금의 의사결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4P가 아니라 4R이 기준이 되는 시대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프로모션).
과거에는 이 네 가지가 마케팅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기업은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확보하고, 전시회에 나가면 기회가 왔다. 그런데 지금은 R 시대다.

  • Relevance: 이 브랜드가 지금 이 시장에서 의미가 있는가?
  • Response: 고객의 반응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하는가?
  • Relationship: 단발성 거래가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 Return: 단순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가치로 돌아오는 것이 있는가?

바이어들은 제품 가격만 보지 않는다.
지속 가능성, 시장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신뢰도 등 ‘관계 기반 지표’를 살핀다. 그런데 많은 한국 기업은 여전히 ‘좋은 물건’이 전부라고 믿는다. 이 믿음이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든다.

 

경험의 역설 –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장애물

과거에 대기업과 납품을 해봤다는 사실, 과거에 OEM 수출을 해봤다는 자신감, 과거에 전시회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력.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사업을 늦추고 있다면?

우리는 종종 그 성공의 기억으로 현재를 판단한다. “이 방식이 예전에는 먹혔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는 데가 많다”, “한 번은 그렇게 해서 수출했잖아.”
하지만 지금은 ‘제품’이 아니라 ‘구조’가, ‘유통’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 되는 시대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제품이 나쁘고, 가격이 비싸고, 우리의 경험치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방식이 낡았기 때문이다. “무지한 열정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는 것이 딱 여기에 적용된다.

기본이 안된 회사가 수출을 꿈꾼다?

마케팅이나 수출 상담을 요청받아 업체를 연결했을 때, 마주친 현실은 처참하다. 제안서 하나 없고, 영문 회사 소개서도 없고,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도 10년 전 디자인 그대로다. 제품은 좋은데, 그걸 말해주는 구조가 없다. 더 처참한 것은 홈페이지 주소는 있는데 연결이 안되는 사이트를 회사소개서와 명함에 버젓히 인쇄해서 사용하고 있는 경우다. 이런경우 관리가 안되는 조직, 뭔가 안되는 기업, 망해가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심어준다.

지금은 마케팅 = 구조의 언어화다.
홈페이지, PDF 브로셔, SNS 채널, 콘텐츠 영상, 응답속도, 리뷰, 후기, 리오더 시스템…  모든 것이 브랜드를 구성하고 고객 여정에 참여한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언어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그 언어란 영어가 아니라 브랜드의 ‘구조화된 신뢰’다.

지금 고객과 바이어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탐색’하고 ‘비교’하고 ‘평가’한 뒤 ‘결정’한다. 기억하자. 브랜드는 이제 ‘파는 행위’가 아니라 ‘고객 여정에 동행하는 관계’가 되었다. 제품력은 기본이다. 그것을 바이어와 고객에게 강요하지 마라. 어떻게 팔건데? 어떤게 인지 시킬건데, 어떻게 어필할 건데, 어떻게 쉽고 간편하게 구매할수 있게 한건데를 염두에 둬라. ‘제품력과 열심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있다.

 

이제 마케팅은 제품이 좋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서 ‘사고 난 후에도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으로 변했다. 코틀러의 5A 모델은 인지부터 옹호까지 고객의 전 과정을 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총판, 대리점, MOQ 개념은 사라졌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갇혀 있다. 소비자 중심 사고 없이는 어떤 제품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고 그 여정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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