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도,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제품이 ‘흐르지 않으면’ 사업은 멈춘다.
흐른다는 말은 팔린다는 뜻이 아니다. 유통이란 단순한 판매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에게 닿고, 다시 돌아오는 신뢰의 순환 구조다.
지금도 많은 한국의 제조사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제품은 진짜 괜찮은데, 유통이 문제야.”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유통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유통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낡아 있었다.
1. 유통은 ‘길’이 아니라 ‘관계의 흐름’이다
과거의 유통은 공장 – 도매 – 소매 – 소비자라는 단순한 파이프라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통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고, 고객의 반응을 회수하는 복합적인 ‘순환 생태계’로 바뀌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통이 작동하려면 다음 요소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
- 고객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이 일관되게 관리되는가?
- 유통사나 파트너가 브랜드의 스토리와 방향을 이해하고 있는가?
- 판매 이후 고객의 피드백이 본사로 돌아와 제품 개선에 반영되는 구조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 곧 ‘유통 전략’이다.
2. 바이어는 유통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수출을 하면 자동으로 유통망이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바이어는 ‘첫 거래자’일 뿐, 유통 파트너가 아니다.
실제로 동남아, 중동, 유럽 등지에서 제품이 반짝 판매되고 나서 재주문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통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제품만 보내고 마케팅 자료는 제공하지 않았다.
- 판매 시 브랜드 정책, 가격 정책, 고객 응대 가이드가 없었다.
- 한글 포장 그대로, 제품명이 현지어 번역도 없이 진열되었다.
- 유통사는 ‘그냥 내보낸 제품’을 해석해줄 능력이 없었다.
결국 브랜드는 ‘현지 시장에서 의도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비되고, 바이어도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 이렇게 유통은 무너진다.
3. 4P의 ‘Place’는 단순한 채널이 아니다
마케팅의 4P에서 유통(Place)은 과소평가되기 쉽다.
“이거 어디서 팔 거야?”라는 질문보다 앞서야 하는 건,
“이 브랜드는 어떤 경험으로 유통될까?”라는 질문이다.
- 오프라인 유통이라면 매대 진열과 매장 내 콘텐츠 전략까지 포함해야 한다.
- 온라인 유통이라면 상세페이지, 리뷰, CS 구조까지 고려돼야 한다.
- 수출 유통이라면 현지어 포장, 제품명 번역, FAQ와 AS 흐름이 필수다.
- 유통 파트너에겐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4P에서 ‘Place’는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브랜드의 전달 구조다.
4. 유통이 실패하면, 브랜드는 소비되지 않고 소멸된다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 기억이 유통되지 않으면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기업이 개발한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는 일본 전시회에서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뒤 그 브랜드는 일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이어는 제품을 샀지만, 브랜드를 유통할 구조가 없었다.
다국어 홈페이지 없음, 패키지 디자인에 현지 문화 고려 없음, SNS 연동 불가, 유통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없음.
결국 브랜드는 판매된 적은 있지만 ‘소개된 적은 없었던’ 브랜드가 되었다.
정리: 유통은 브랜드의 혈관이다
제품은 장기이고, 마케팅은 신경계라면, 유통은 혈관이다.
혈관이 막히면 아무리 건강한 장기도 기능하지 못한다.
유통은 ‘팔리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설계다.
그리고 그것은 바이어 한 명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 구조가 준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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