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한 중년 남성이 투덜댔다.
“요즘 젊은 것들은 참… 인사도 없고, 끈기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그 ‘요즘 젊은 것들’은 누구였을까. 지하철에서 무거운 가방을 맨 채 서 있던 취준생일까, 연봉보다 워라밸을 택한 프리랜서일까, 아니면 플랫폼 노동으로 하루 열네 시간씩 뛰는 라이더일까.
세대는 언제나 서로를 걱정했다.
“요즘 애들은…” 이 문장의 끝은 대개 비판으로 마무리된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책임감이 없고,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일반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세대 간 단절은 인류 역사상 항상 존재했다. 소크라테스도 “요즘 젊은이들은 사치를 좋아하고, 버릇이 없으며, 권위를 무시한다”고 했다니, 이 패턴은 꽤 오래된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 세대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MZ세대는 기후위기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사회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이 만든 ‘환경 친화적 소비’, ‘미닝아웃’, ‘워라밸’과 같은 개념들은 이제 사회 전반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것이 과연 ‘한심한 젊은이들’의 모습인가?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젊음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들은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 ‘다름’이야말로 변화의 동력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직을 겁내지 않는다. 무언가 부당하면, 침묵 대신 목소리를 낸다. ‘밥벌이’가 전부가 아니라고 믿고, ‘가치’와 ‘존엄’을 함께 추구한다. 그렇게 그들은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
심리학자 제인 트위지는 “각 세대는 자신들이 직면한 사회적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적응한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고용, 치솟는 집값, 기후위기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들은 효율적이고, 감각적이며, 디지털적이다.
‘책을 안 읽는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으로, 음성보다 이미지로 세상을 파악한다. 세상에 대한 질문의 방식이 달라졌을 뿐, 의문을 품는 열정은 전혀 줄지 않았다.
비난보다 더 위험한 건, 낡은 기준으로 타인의 가능성을 재단하는 일이다.
우리가 과거를 말할 때, 그들은 미래를 말한다.
우리가 공장에서, 회사에서, 조직에서 경력을 쌓을 때, 그들은 유튜브에서, 클라우드에서, 공동작업장에서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은 그들에게 적절한가?”
“그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막는 건, 기성세대의 불안은 아닌가?”
“그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어쩌면 우리의 걱정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다른 세대를 비판할 때, 사실은 우리 자신의 불안을 투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그들은 용기 있게 퇴사하고, 자신만의 길을 뚫는다.
지구 환경을 고민하고, 성소수자와 약자의 삶에 공감하며, 정치적 무관심 대신 행동을 선택한다.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야”가 아니라, “요즘 애들은 너무 외로워”라는 말이 어쩌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들을 믿자.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경청하자.
그들에게 ‘우리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기 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자.
그 질문 하나가 그들을 바꾸고, 우리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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