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마지막으로 내린 중요한 결정을 떠올려보라. 그 선택이 과연 당신의 순수한 판단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설계한 프레임 속에서 조작된 결과였을까?
“세금 인하”와 “복지 축소”. 두 가지가 같은 말이라는 걸 아는 순간, 우리는 정치의 언어가 얼마나 교묘한지를 깨닫게 된다. “무지방”이라는 단어는 건강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지방 제품은 당분이 높다. 건강하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프레임이다. “정가의 절반”이라는 말보다 “50% 할인”이 더 자극적인 이유는, 후자가 더 즉각적인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또 어떤가? “현금 결제 시 할인”이라는 말은 이득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카드 결제 시 손해라는 뜻이다.
자본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가 착각하도록 유도할 뿐이다.
인식의 감옥, 프레임이라는 철창
프레이밍 효과는 동일한 정보라도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198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시한 이 개념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유명한 실험을 보자. 600명이 질병에 걸린 상황에서 A 치료법은 “200명이 생존”하고, B 치료법은 “1/3 확률로 모두 생존, 2/3 확률로 모두 사망”한다. 결과적으로 72%가 A를 선택했다. 그런데 같은 상황을 C 치료법은 “400명이 사망”하고, D 치료법은 “1/3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음, 2/3 확률로 모두 사망”으로 제시하자 78%가 D를 선택했다.
수학적으로 A와 C, B와 D는 완전히 동일하다. 하지만 ‘생존’과 ‘사망’이라는 단어의 프레임만으로 사람들의 선택이 뒤바뀐 것이다.
구조적 조작의 메커니즘
“언어는 사고를 규정한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의 통찰이 여기서 현실로 드러난다. 프레이밍 효과는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권력이 대중을 통제하는 정교한 장치다.
손실 회피 심리가 핵심이다.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에 2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아는 권력자들은 부정적 프레임을 교묘히 활용해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정치권을 보라. “세금 인하”와 “공공서비스 축소”는 같은 정책이지만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은 프레이밍의 승리작이었다. 반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은 코로나19와 인권 프레임으로, 트럼프는 경제 프레임으로 맞붙었고 결국 전자가 승리했다.
자본의 은밀한 조작술
마케팅 영역에서 프레이밍 효과는 더욱 정교하다. “무지방” 제품이라는 표기는 건강함을 암시하지만, 같은 제품에 “고당분 함유”라고 쓰면 기피 대상이 된다. “50% 할인”과 “정가의 절반”은 수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천지차이다.
더 교묘한 것은 신용카드 수수료 표기다. “현금 결제 시 할인”과 “카드 결제 시 추가 부담”은 같은 상황이지만, 전자는 혜택으로, 후자는 손실로 인식된다. 자본은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조작해 이윤을 극대화한다.
언론의 프레임 전쟁
언론의 프레이밍은 더욱 위험하다. “역대 최저 지지율”이라는 표현에서 ‘역대’가 현 정권 내인지, 전체 대통령 중인지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처리된다. 그래프의 세로축 간격을 조작해 변화폭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일상적이다.
푸코가 말한 ‘담론의 권력’이 바로 이것이다. 언론은 중립적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특정한 프레임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권력 장치다.
탈출구는 있는가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이미 설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다른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더욱 코끼리만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기존 프레임 내에서 반박하는 것은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한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대응책도 있다. 첫째, 정보를 접할 때 의도적으로 다른 프레임을 상상해보라. “90% 성공률”을 들으면 “10% 실패율”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둘째, 비판적 사고를 일상화하라. 정보 제공자의 의도를 의심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지 질문하라. 셋째,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교차 검증하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각성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이성 자체가 도구화되어 지배의 수단이 된다고 경고했다. 프레이밍 효과야말로 그 완벽한 사례다. 인간의 인지적 특성 자체가 조작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프레이밍 효과를 아는 것 자체가 해방의 시작이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각성을 넘어 구조적 변화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의무화, 정치광고 표현 방식의 규제, 마케팅 프레이밍 기법의 투명한 공개 등이 필요하다.
당신은 지금 어떤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가? 그 프레임을 설계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당신은 프레임의 포로에서 자유로운 사고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그 자유는 프레임을 인식하고 벗어나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오늘부터 당신의 모든 선택 앞에서 한 번 더 물어보라. “이것은 누구의 프레임인가?”
프레이밍 효과는 같은 정보도 제시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권력과 자본이 대중을 조작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실험에서 입증된 이 효과는 정치, 마케팅, 언론에서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손실 회피 심리와 인지적 편향을 이용해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이 기법에 맞서려면, 다각도 정보 수집, 비판적 사고, 프레임 전환 등의 개인적 노력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표현 규제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프레임을 인식하는 것이 조작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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