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멀고, 실제는 낯설다설계도대로 지어지지 않는 삶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인생은 인간이 그려놓은 청사진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이상을 좇지만, 현실은 언제나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인생의 설계도와 실제 건축물 사이의 간극을 탐색하며, 그 낯섦 속에서도 자아를 발견해가는 여정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계획이 어긋난다고 해서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통해, 인간은 예상치 못한 변화 속에서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설계하는 인간, 흘러가는 삶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미래를 계획한다. 유년기에는 소방관, 과학자, 우주비행사와 같은 장래희망을 품고, 청소년기에는 대학 진학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며, 성인이 되어서는 연봉, 주거, 결혼, 출산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들을 미리 배치한다. 이러한 계획은 마치 건축가가 건물의 도면을 그리듯, 삶의 방향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도가 된다.

그러나 건축물과 달리, 인생은 도면대로 지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한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삶은 예기치 않은 곡선과 굴곡으로 가득하다. 공들여 준비한 직무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가 찾아오며, 사랑은 인간이 계산한 시간표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리듬으로 찾아오고 떠난다. 이처럼 현실은 기대와 설계를 벗어나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다.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

“제가 원하던 분야인데, 막상 해보니 그게 아니에요. 꿈을 좇았는데, 꿈이랑 맞지 않네요.” 첫 직장에 입사한 한 청년의 이 말은 많은 이들의 경험을 대변한다. 오랜 시간 동경해온 꿈의 현장에 서보면, 그곳은 상상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직업의 영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대도시에서의 화려한 삶을 꿈꾸던 이가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열정적인 사랑을 믿었던 이들이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은 모두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상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경험은 인간을 깨우고 성장시킨다.

예측 불가능함이 만드는 자아

철학자 미셸 푸코는 “삶은 스스로에게 생기는 균열과 간섭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의 통찰은 인간의 정체성이 완벽한 계획의 실현이 아닌, 예상치 못한 충돌과 뒤틀림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간은 종종 삶의 계획이 무너질 때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더 깊이 자신을 이해하고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력서에 적힌 성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 앞에서 보이는 태도와 회복력이다. ‘나답다’는 것은 모든 것이 예정대로 흘러갈 때만 유지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계획이 무너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내면의 힘이다. 오히려 그러한 순간들이 인간의 진짜 모습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곤 한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삶의 신화

소설가 토니 모리슨은 “당신이 생각했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그것은 단지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썼다. 이 말은 인간이 머릿속에 그린 이상적인 삶의 시나리오가 현실에서는 결코 그대로 구현되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야기’를 품은 사람, 즉 인간 자신은 여전히 실재한다. 인간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실제는 인간이 겪어야 할 유일한 여정이며, 그 안에서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낯섦과 친해지는 법

이상을 좇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 방향 없이 걷는 여행자가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듯, 인간 역시 삶의 지향점 없이는 의미 있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이상만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버리면, 현실은 늘 부족하고 불완전한 실패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지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데 있다. 처음 계획했던 모습과 다른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간은 다르게 사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회복탄력성: 변화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

인생의 진정한 회복탄력성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될 때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처음 의도했던 나와 다른 내가 되더라도, 그 안에서 여전히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종종 ‘실패’라고 느끼는 상황이 사실은 단지 예상 밖의 다른 모양일 뿐임을 깨닫지 못한다. 원래 계획했던 직업 대신 다른 길을 걷게 되었더라도, 그 경로에서 발견한 열정과 의미가 더 큰 충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처음 그렸던 연애와 결혼의 시나리오가 현실과 달라도, 그 과정에서 더 깊은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설계도와 현실 사이에서 살아가기

이상은 멀고, 실제는 낯설지만, 그 둘 사이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계획이 어긋난다고 해서 삶이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틀어짐’ 속에서 인간은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은 완벽한 설계도를 따라 지어지는 건축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성장하는 유기체에 가깝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유연하고도 단단한 마음이다.

결국 인간은 모두 예상치 못한 삶의 굴곡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지만, 그 낯섦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나가는 여정 속에 있다. 그 여정에서 인간은 처음 꿈꾸었던 것보다 더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멀고, 실제는 낯설지만, 그 사이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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