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유럽정복을 위해 100만 대군을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나폴레옹과 군사들은 눈보라를 뚫고 사흘 밤낮을 악전고투하며 군사의 절반을 잃은 끝에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때 나폴레옹은 주위를 둘러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이 산이 아닌가 보네.”
나폴레옹은 다시 산을 내려와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에게 ‘알프스산을 넘으면 낙원이 있다’고 속여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 뒤 또 다른 산을 향해 힘차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또 절반의 군사가 죽었다. 결국 산의 정상에 오른 나폴레옹이 또다시 한마디 한다.
“아까 저 산이네.”
그러자 이번에는 나폴레옹이 아니라 부하들이 한 마디 했다.
“저 놈은 나폴레옹이 아니네!”
최근 뉴스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소식들만 들려온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씻지 못할 상처까지 남겨가며 죽을힘을 다해 정상에 오른 뒤 결국에는 “이 산이 아닌가보다”는 무책임한 말만 남긴 채 또 다른 정상을 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면, 그 참모들의 신조가 민주주의의 가치에 그 뿌리가 내려져 있지 않다면 우리는 무의미하게 산의 정상만 오르내리다 결국에는 ‘유럽정복’과 같은 대사를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방향 설정은 먼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자유와 정의는 민주주의가 그토록 수호하고 지키려는 정체성, 즉 존재 이유이다.
“우리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회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왜 대통령인가? 공무원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곧 사명이며 올라야 할 고지(비전)인 것이다.
최근 정치권은 ‘성장’이나 ‘경쟁’ 등 자본 논리의 지배를 받으며 민주주의가 수호해야할 사명을 망각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의 맛’과 ‘탐욕의 가치’를 동경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기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들이 의전 때마다 듣고 따라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세우는 일이 바로 이 나라의 정치의 근간이 되길 기원한다. 모든 지도자들은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부터 질문하기를 부탁한다.
-김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