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풋만 챙긴 사람들의 결말그래서 결국 망한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나는 아끼지 않는다.
설계의 핵심부터 숨은 변수, 실패를 줄이는 순서,
심지어 게임의 승부를 가르는 비밀스러운 방탈출 ‘키’까지 건넨다.
조언은 나눔이고, 나눔은 책임을 전제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몇 번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어느 날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은 적이 있다.
“너무 많은 걸 알려주시는 거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려줘도 절대 못합니다.”

정보는 넘쳐도, 구조화하는 능력은 별개의 것이다.
노하우는 전달돼도, 감각은 체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은 건넬 수 있지만, 숙련은 대신해줄 수 없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의 문제다.

미팅이 끝난 후, 
그들은 내가 제공한 정보를 전리품처럼 챙긴다.
회의실을 나서며 체크리스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 우리끼리도 할수 있겠어라는 무언의 미소를 주고 받는다.
그 순간부터 조언은 지혜가 아니라 재료가 된다.
몇개의 키워드와 새로운 개념을 얻고서는
이제 자기 앞에 진수성찬이 펼쳐질 것이라고 상상한다.

재료만으로 요리는 되지 않는다.
불의 세기, 타이밍, 상호작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빠져 있다.
문서에는 ‘방법’이 적혀 있지만,
현장에는 ‘변수’와 ‘우발성’이 겹쳐진다.
이 겹침을 다루는 힘이 곧 전문성이다.

전문성이란 기술에 판단을 더한 것이다.
판단은 순서를 지키고, 임계치를 알고, 후폭풍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공정 하나만 복제한다고 전체가 따라오지 않는다.
한 칸 뛰어넘은 최적화는 품질 드리프트로 이어지고,
수치는 흔들리고, 일정은 미끄러지며, 팀의 신뢰는 새어 나간다.
작은 새어 나감은 금세 균열이 된다.

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핵심은 이해했고, 이제 우리끼리 해보겠습니다.”
그 뒤의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
검증 없는 런칭, 불붙은 고객응대, 야간 긴급패치,
원가를 갉아먹는 임시방편.

한 번의 임시방편은 두 번째 임시방편을 부른다.
체계는 방어 태세로 들어가고, 창의는 소방에 소모된다.
소방이 일상이 되면 전략은 사라지고,
전략이 사라지면 브랜드는 가격표만 남는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그들은 돌아온다.
당당함은 사라지고, 뻔뻔함이 자격처럼 등장한다.
이미 경고했던 리스크는 현실이 되었고,
뒤엎기엔 비용이 너무 커졌다.
이쯤 되면 조언은 응급처치가 된다.
응급처치는 생명을 살리지만,
잃은 장기는 복원하지 못한다.
잃은 시간, 잃은 신뢰, 잃은 팀의 사기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손실이 결국 회사를 무너뜨린다.

나는 경험으로 안다.
인풋만 챙기는 태도는 실패를 내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는 소유할 수 있지만,
숙련은 단축되지 않는다.
숙련은 맥락을 다루는 감각이고,
감각은 시행과 반성의 축적에서 자란다.
축적 없는 실행은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는 것과 같다.
초반 속도는 나쁘지 않지만,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숨이 끊긴다.

그래서 나는 이젠 더 선명히 말한다.
조언은 방향을 준다.
실행은 구조를 만든다.
구조는 사람과 시간과 원칙으로 세운다.
이 셋을 빼고 ‘핵심’만 들고 가는 방식은
처음엔 영리해 보이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부메랑은 날아갈 때 시원하지만, 돌아올 때는 뼈를 친다.

결론은 간결하다.
인풋만 챙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잠시 버틴다.
그러나 시스템과 신뢰의 결핍은 복리로 쌓이고,
복리는 어느 날 임계치를 넘긴다.
그 순간부터는 내리막에 브레이크가 없다.
결국 망한다.

지식은 베낄 수 있다.
판단은 복제되지 않는다.
책임은 위임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망한다.

 

인풋만 챙기고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경험은 복제되지 않고, 결국 책임은 돌아온다.
조언은 방향이고, 실행은 구조이며,
구조 없는 실행은 무너진다.
그래서 결국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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