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항상 자기 자신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정글 속에 파묻힌 마야,
소금기 어린 대지에 잊힌 수메르,
강의 흐름이 달라지자 무너진 인더스,
그리고 숲에 삼켜진 앙코르와트.
그들은 사라졌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
문명의 붕괴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그 시작은 언제나 상상력의 피로로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새로운 세계를 그리지 않고,
더 이상 함께 살아갈 이유를 만들지 못할 때
문명은 조용히 무너진다.
높은 탑을 쌓았던 사람들이
서로의 눈을 피하고,
기록하던 손이 침묵하고,
도시가 서로를 단절시키기 시작할 때,
그 문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기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도시는 더 크고 복잡하며,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외롭고,
관계는 더 단절되고,
신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잃은 것은 미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함께 꾸는 미래의 능력이다.
수메르는 기록의 윤리를,
이집트는 영원의 상상력을,
인더스는 조화와 배려를,
황허는 질서의 철학을,
마야는 시간의 우주적 감각을 남겼다.
그리고 괴베클리 테페는
“우리에게 신이 필요했던 이유”를 새겨 남겼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다시, 문명을 시작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도구보다 질문,
건축보다 공동체,
속도보다 쉼,
소유보다 공유,
단절보다 연결.
문명은 무너지지만,
상상력은 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 상상력이
새로운 문명의 첫 벽돌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길을 묻는다.
“우리는 함께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라진 문명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되찾기 위한 거울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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