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어구(禍生於口) ― 재앙은 입에서 생긴다.”
이 말은 중국 《묵자(墨子)》와 《설원(說苑)》 등에 기록된 옛 격언으로, 말을 경계하라는 고대인의 가르침이다. 《묵자》 「비성하(備城下)」편에는 “身之禍福, 生於口(몸의 화와 복은 입에서 비롯된다)”라는 구절이 보인다. 말 한마디가 가문의 흥망을 좌우하고, 왕의 한 줄 명령이 나라를 무너뜨리듯, 고대인들은 언어가 곧 운명임을 일찍이 깨달았다.
예날 5일장이 열릴 때면 그 말의 무게는 더욱 실감났다. 장터는 늘 사람과 소리와 냄새가 뒤엉킨 공간이었다. 새벽부터 짐수레를 끌고 온 상인들이 좌판을 펼치면, 흙 묻은 무와 갓 수확한 배추가 쌓이고, 생선 좌판에서는 바닷내와 함께 은빛 비늘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아이들은 기웃거리며 엿을 사고, 멀리서 풍물패가 장단을 울리면 시장은 살아 있는 거대한 생물처럼 요동쳤다.
그런데 채소 파는 할머니와 생선 파는 아주머니 사이에 작은 말씨름이 붙는 날이면, 시장의 공기는 단숨에 달라졌다.
“내 손님을 빼앗아 갔지!”
“값을 속인 건 네 쪽이잖아!”
처음에는 날 선 말 몇 마디였지만, 이내 욕설이 오가고 손바닥이 허공을 치며 좌판 위의 채소가 나뒹군다. 생선 비린내와 땀 냄새 속에 욕지거리는 불길처럼 번졌다. 장터에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은 싸움 구경의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날의 승패는 누가 더 물건을 팔았는지가 아니라, 말에 휘말린 쪽이 마음에 남긴 생채기로 결정되었다.
화생어구란 이처럼 사소한 입씨름에서부터, 나라를 뒤흔든 정치적 모략까지 두루 적용된다. 말은 공기처럼 가볍지만, 그 가벼움이 상대 가슴에 박히면 쇠덩이처럼 무겁다. 우리는 말로 존재를 증명하고, 말로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말은 언제든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공자는 “군자는 말에 신중하고 행동에 과감하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고 했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그와 반대다. 말이 먼저 폭포처럼 쏟아지고, 행동은 뒤따르지 못한다. 특히 온라인의 익명 공간은 화생어구의 전시장이다. 한 줄의 댓글, 한 마디의 비난이 누군가의 생애를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다. 침묵은 책임을 피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의 방향과 무게다. 말이 남을 베는 칼이 아니라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될 때, 그것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된다.
오늘 당신이 남긴 말은 무엇인가. 장터의 고함처럼 남을 짓누르는 소리였는가, 아니면 더위에 지친 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이었는가.
화생어구(禍生於口)는 《묵자》와 《설원》 등 고대 경전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재앙은 입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5일장의 말다툼처럼 사소한 입씨름에서부터 국가의 운명을 흔드는 정치적 모략까지, 말은 곧 운명이다. 우리는 침묵이 아니라, 말의 무게와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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