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경제 시스템_05] 공유경제는 자본주의를 넘을 수 있는가?

소유의 종말, 그러나 지배의 종말은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모든 것을 갖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차가 없으면 어때? 우버와 타다가 있고, 집이 없어도 에어비앤비가 있다. 심지어 사무실도, 옷도, 심지어 지식까지 ‘공유’할 수 있다. 이 놀라운 변화는 소유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들며, 자본주의 이후의 경제 시스템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공유경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종일 뿐인가?


공유의 미덕, 혹은 자본의 기민한 변신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본디 남는 자원을 나누어 쓰는 효율적 모델로 찬양받았다. 자동차, 집, 지식, 물건 등 모든 ‘유휴 자산’을 활용하여 낭비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며,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제—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이들 ‘공유경제’의 선구자들은 공교롭게도 초국적 자본주의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소유는 줄었지만, 독점은 늘었고, 가격은 낮아졌지만, 이윤은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다. 즉, 공유경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기는커녕, 자본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공유란 누구의 것인가?

진정한 공유는 공동체적 소유와 운영, 그리고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공유경제는 ‘플랫폼’이라는 중개자의 등장으로 거래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 플랫폼은 거래를 중개하지만, 규칙은 플랫폼이 정한다.
  • 사용자와 공급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플랫폼 없이는 연결될 수 없다.
  • 이익은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로부터 거두어들인다.

결국 공유경제라 불리는 모델은 실상 ‘접근의 독점’, ‘데이터의 독점’을 통한 신종 자본주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 자본주의, 혹은 감시 자본주의로 명명되어야 마땅하다.


‘소유하지 않음’은 곧 ‘자유’인가?

많은 이들이 말한다.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순간에 빌려 쓰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그것을 빌려주며, 어떤 조건으로 빌려주는가?

자본은 더 이상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지 않아도 부를 창출할 수 있다. 접근권을 통제하고,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독점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으로 소비를 조종한다.
소유의 시대는 끝났지만, 지배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정교해졌고, 우리의 소비, 위치, 심지어 생각까지 플랫폼의 ‘자산’이 되어버린다.


공유경제의 반전: 협동조합과 공공플랫폼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모두 자본주의적 변종에 불과한가? 그렇지만도 않다. 전 세계 곳곳에서 참된 공유경제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노동자 소유, 이익 공유, 민주적 운영
  • 플랫폼 협동조합: 택시기사, 배달 노동자들이 직접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
  • 공공 플랫폼: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공유 시스템(예: 공공 자전거, 공공 데이터)

이러한 모델은 소유의 분산, 권력의 분산, 이익의 분산을 실현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고, 자본의 물결에 밀려 외롭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이렇다.
소유하지 않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지배하지 않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공유경제가 자본주의를 넘을 수 있는가? 그것은 누가 소유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가 이익을 나누는가에 달려 있다.
플랫폼 위에 올라타서 달릴 것인가,
아니면 플랫폼 자체를 함께 지을 것인가—
그 선택이 공유경제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