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생존의 기술이자, 공존의 철학이다.
인류는 생계를 꾸리는 방식 속에 시대의 철학과 권력의 구조를 담아왔고, 기업의 형태는 그 시대의 욕망과 한계를 압축한 거울이었다. 중세의 길드와 현대의 기업—둘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둘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 보며 ‘지속 가능한 경제’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자, 현대 자본주의의 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중세 길드의 지혜 속에, 우리가 놓친 경제의 본질은 없는가?
중세 길드: 이윤보다 ‘공동체의 명예’가 우선이었다
길드(guild)는 단순한 경제조직이 아니었다.
그것은 장인들의 자치공동체이자 윤리적 경제 모델이었다.
중세 유럽의 길드는 동일한 직업을 가진 자들이 모여 생산과 유통, 가격, 품질을 통제하며, 동시에 사회적 책임과 상호 부조, 후진 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 도제–장인–명장 체계를 통해 기술과 가치를 계승했고,
- 경쟁보다는 공정한 협력과 명예를 중시했으며,
- 이윤의 한계를 설정하고, 과도한 부당이득을 금지했다.
길드는 ‘노동의 존엄’과 ‘지역 공동체의 생존’을 중시한 경제 모델이었다. 현대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이지만, 공정함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지녔다.
현대 기업: 이윤의 무한추구와 ‘익명성의 권력’
반면, 현대 기업은 성장과 이윤 극대화를 최고 가치로 삼는다.
주식회사의 구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한다. 책임은 분산되었고, 주주는 익명화되었으며, 그 누구도 이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 과도한 성장 추구 → 환경 파괴, 노동 착취, 지역 공동체의 붕괴
- 단기 수익 중심 → 지속 가능성보다 분기 실적이 우선
- 글로벌화 → 지역경제의 약탈적 구조
기업은 이제 경쟁을 넘어 지배의 수단이 되었고, 시장은 인간의 삶보다 우위에 섰다. 이윤의 극대화는 인간과 자연, 미래를 담보로 얻은 결과물이며, 자본은 더 이상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는다.
길드 vs. 기업: 지속 가능한 모델은 무엇인가?
- 사회적 책임
길드는 이웃과 지역사회의 생존을 고려했으나, 현대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디에서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만을 고민한다.
지속 가능한 모델은 다시 공동체의 감각을 회복하는 기업에서 시작된다. - 기술과 지식의 계승
길드는 도제를 길러내는 장인 정신이 있었고,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과 품질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 기업은 인적 자본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단기성과 중심의 인력 운용으로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
지속 가능성은 사람에 대한 투자와 기술의 공유에서 자란다. - 윤리적 이윤과 상한선
길드는 이윤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부의 편중을 방지했다. 현대 기업은 이윤에 제한이 없고, 법의 허점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한다.
지속 가능한 경제는 윤리적 이윤과 분배 구조의 재설계를 통해 가능하다.
길드적 기업, 혹은 기업적 길드
현대에 길드 모델이 부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B Corp(공익 기업 인증),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양심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까? 어쩌면 둘 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윤을 넘어선 가치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실험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경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기업은 단지 부를 축적하는 기계인가, 아니면 인간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책임 있는 주체인가?
길드의 정신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윤리적 경제의 상징이며,
현대 기업은 그 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무너진 신뢰 속에 스스로 붕괴할 운명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란,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놓는 순간 시작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 우리가 어떤 기업을 만들고, 어떤 기업을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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