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과 경영자 사이 — 돈과 격의 차이졸부와 사업가를 가르는 경계선

장사꾼과 경영자 사이 — 돈과 격의 차이<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7px; margin-bottom:20px;'>졸부와 사업가를 가르는 경계선</span>

“이익이 남았는가?”
장사꾼의 머릿속에는 이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반면, 비즈니스 마인드는 이렇게 묻는다.
“이 일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출발점이 다르고, 결국 도달하는 지점도 전혀 다르다. 장사는 현금흐름과 마진에 집착한다. 당장의 손익계산서에 ‘플러스’가 찍히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반면 비즈니스는 리스크를 견디고, 구조를 짜고, 장기적인 스케일에서 본다.

 

장사꾼의 미덕과 한계

장사꾼은 땀을 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안다. 10원 단위 원가 절감, 100원 더 받기 위한 감각적인 진열, 매일매일 매출표를 보며 체감하는 시장의 온도. 이 감각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기술이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현장성’이다.

하지만 이 마인드는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거 해봤자 당장 돈도 안되잖아.” “그 제품 투자하면 몇 개 팔 수 있어?”

한국 경영계에는 여전히 10원, 100원의 마진을 계산하며 성공한 뒤 그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우리는 흔히 ‘졸부’라 부른다. 돈은 벌었지만 그 돈이 만드는 가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 말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면, 브랜드는 자라지 않고, 조직은 진화하지 않으며, 사람은 모이지 않는다. 장사꾼 마인드를 못 벗은 졸부들은 큰돈을 벌고도, 큰 사업은 망친다.

장사꾼의 세계는 명확하다. “이익이 남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매일의 매출, 매월의 수익에 집착하며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직원들을 닦달한다. 이들에게 사업이란 단기간에 매출을 발생시켜 시세차익만 남기고 팔아치우는 것에 불과하다.

장사꾼 마인드의 특징을 살펴보자. 대표가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며, 자신이 없으면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경쟁자는 내 주변의 동네 상권이고, 성장의 한계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한다. 이는 프롤레타리아적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 오직 자신의 노동력만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의 함정을 보라. 아무리 큰 회사라도 장사꾼 마인드에 갇히면 결국 소규모 장사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시스템이 없고, 위임이 불가능하며, 확장성이 제한된다.

 

비즈니스 마인드란 무엇인가?

비즈니스 마인드는 전혀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일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가치를 위해 투자하고,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도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사업가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직원들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고,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사장이 한두 달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돌아간다. 이들의 경쟁자는 전국, 전세계이며, 성장 모델 자체가 확장 가능하다.

2008년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보여준 리더십이 이를 잘 설명한다. 재정 위기 속에서도 그는 “우리가 돈을 잃는 것은 회복할 수 있지만, 우리의 인격과 정체성을 잃으면 결코 회복할 수 없다”며 모든 매장을 하루 동안 닫고 직원 재교육에 투자했다. 단기적 손실보다 장기적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

비즈니스는 숫자보다 구조를 먼저 본다. 손익계산서보다 가치사슬(Value Chain), 고객단가보다 고객생애가치(LTV)를 먼저 따진다. 한때 손해를 감수하고도 시장을 확보하며, 브랜드를 키우고, 고객의 신뢰를 축적한다.

이 마인드에는 전략이 있고, 시간에 대한 감각이 있다. 당장 1억을 잃고, 10억의 시장을 얻는 것이며, 오늘 1%의 손해로 내일 100%의 지분을 얻는 방식이다.

이익의 구조가 다르고,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며, ‘돈’보다 ‘가치’를 먼저 본다. 이 차이가 결국 장사꾼과 경영자, 졸부와 비즈니스맨을 갈라놓는다.

 

협업에도 격이 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협업이 필수다. 그런데, 단기 이익만 따지는 사람과는 구조적 비즈니스 설계가 불가능하다. “그럼 내 몫은 얼마냐?”, “그게 지금 나한테 어떤 이득이냐?”만을 묻는 사람은 브랜드를 키우는 일에도, 신뢰를 쌓는 일에도 지속적으로 방해가 된다.

협업의 시작점은 ‘공존’이어야지, ‘분배’가 아니다. 공동의 비전, 공동의 위험 감수, 그리고 장기적 리워드를 공유할 수 있는 태도, 이것이 함께할 수 있는 경영자의 격이다.

진정한 경영자는 세 가지 ‘격’을 갖춰야 한다 – 인격, 인품, 품격이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수사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실질적 기반이 된다.

인격은 도덕적 토대다. 칸트가 말했듯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하는 것, 즉 구성원들을 단순한 수단이 아닌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 밑에서 직원들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한다.

품격은 일관된 원칙의 실천이다. “기본은 쉽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기에 지키는 것”이라는 말처럼, 리더의 기본이 조직의 문화를 만든다. 골드만 삭스, 맥킨지 같은 최고 조직들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기본이다.

경영자는 의사결정자이자 혁신자이며 촉진자여야 한다. 단순히 지시를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경영자의 자세: 장사의 지혜 + 비즈니스의 통찰

경영자는 두 마인드의 통합체여야 한다. 현장을 아는 촉, 숫자에 민감한 감각, 시장의 리듬에 반응하는 날카로움. 그러면서도 동시에, 손익을 넘어 전략을 보는 눈, 구조를 설계하는 힘, 사람을 키우는 여유를 갖춰야 한다.

장사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장사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업이 크고 브랜드가 자라날수록, 경영자는 마진이 아닌 ‘격’을 고민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진정한 사업가는 상황에 따라 장사꾼 마인드도 활용할 줄 안다. 영업할 때는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팔리지 않는 물건은 팔지 않고, 이익이 없는 곳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적 감각이 필요하다. “영업에 관한 한 사장부터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협업과 파트너십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 보여주듯,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 협업에서는 상호 이익, 공정성, 유연성의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한쪽만 이익을 보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
둘째, 공정한 심판관이 되라. 어느 일방의 대변자가 아닌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셋째, 유연성을 유지하라. 상황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협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어떻게 사업가로 성장할 것인가

당신이 지금 장사꾼인지 사업가인지 판단하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내가 없어도 사업이 돌아가는가?” 만약 답이 ‘아니오’라면, 당신은 아직 장사꾼이다.

사업가로 성장하려면 다음을 실천하라:

시스템을 구축하라.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말고 조직의 역량으로 승부하라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라. 단기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라
사람에 투자하라. 직원들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라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기준은 기준이 아니다

김승호 회장의 말처럼 “기왕 할 거면 장사보다는 사업을 하라”. 하지만 이는 장사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마인드셋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라는 것이다.

결국 격이 있는 경영자란 10원짜리 계산도 할 줄 알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족쇄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인드셋을 점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리더로서의 격을 높이고 조직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당신의 선택이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장사는 현장의 감각으로 수익을 좇고, 비즈니스는 구조와 가치를 통해 시장을 설계한다. 마진에만 집착하는 졸부 마인드는 브랜드와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 장사의 지혜는 필요하지만, 경영자는 그 한계를 넘어 전략과 협업의 격을 갖춰야 한다. 협업의 본질은 공존과 비전의 공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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