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로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럼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사람은 몇 명일까?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숫적으로 논할 일은 아니지만 매 7초마다 1명의 아동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사스나 조류독감은 조족지혈이다.
세계의 굶주림과 유아사망의 실태를 평가, 보고한 세계식량기구(FAO)의 ‘2005 세계 식량불안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또 1억5천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한 해에만 600만 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이는 알아듣기 쉽게 일본의 미취학아동과 맞먹는 수가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매일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굶주린 어린이 대부분은 영양실조로 쇠약해진 상태여서 이질과 폐렴, 말라리아, 홍역 등 가벼운 전염병에 걸려도 쉽게 목숨을 잃는다. 해마다 태어나는 1억3천만 명의 어린이 가운데 1천100만 명 이상이 5살에 이르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지난 여름 방문했던 인도네시아의 오지 야우끼모에서는 매달 3명의 어린이가 배고픔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인구가 채 1천 명도 안되는 조그만 마을에서 1년에 30명 이상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나 쉽게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 전역의 어린이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다. 하루에 필요한 최소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저체중 등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어린이도 아직 1억5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유니세프의 보고서는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이다. 우리가 ‘인간은 평등하다’는 진리를 진정 믿는다면 사스나 조류독감 등은 분명 잘 먹고 잘 사는 인류에게 닥친 또 하나의 불행임이 틀림없지만, 유아사망률과 영양실조라는 통계를 놓고 볼 때 그리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은 아니다. 이들은 위생이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혹은 기초적인 예방주사를 맞지 못했기 때문에, 또는 가장 간단한 종류의 항생제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생명을 잃는 어린이들이다. 800원이면 한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3만 원을 기부하면 난민 100명에게 하루를 살아 갈 수 있는 식량을 원조할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계절이 돌아왔다. 다가올 새해를 위해 세워질 한 해의 재정 계획 속에 이들을 위한 계정을 만들어 보자. 한 달에 한 끼 식사 값이면 수십 명의 하루 식량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김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