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5A] 1. 존재의 첫 속삭임, ‘인지(Aware)’의 미학필립코틀러(Philip Kotler)의 5A 중 -Aware(인지)

[마케팅5A] 1. 존재의 첫 속삭임, ‘인지(Aware)’의 미학<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0px; margin-bottom:4px;'>필립코틀러(Philip Kotler)의 5A 중 -Aware(인지)</span>

광활하고 소란스러운 도서관,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그 부름이 있기 전까지 나는 그저 군중 속의 익명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특별한 존재로 호출된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가 제시한 5A 고객 여정의 첫 단계, ‘인지(Aware)’는 바로 이 첫 번째 부름과 같다. 그것은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이야기가 거대한 정보의 소음(noise)을 뚫고 한 개인의 의식 속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인지의 방식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처럼 변모해왔다. 과거, 우리의 의식은 거대하고 일방적인 목소리들에 의해 점유되었다.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 어디에나 존재했던 대로변의 거대한 간판과 현수막, 아침 신문지 잉크 냄새와 함께 딸려오던 무수한 삽지 광고, 그리고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 너머로 혹은 저녁 7시의 라디오 시보와 함께 흘러나오던 익숙한 멜로디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업들은 확성기를 들고 광장에서 외쳤고, 우리는 좋든 싫든 그들의 독백을 들어야만 했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의 ‘인지’는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한 양상을 띤다. 우리는 더 이상 기업이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친구의 게시물, 유튜버의 추천, 검색 엔진의 상단에 떠오른 낯선 이름, 혹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옥외 광고판의 이미지처럼, 인지의 경로는 파편화되었고 예측 불가능해졌다. 그것은 마치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섬과 같다. 처음에는 그저 무의미한 형체이지만, 반복적으로 시야에 들어오면서 우리는 마침내 그것을 ‘섬’이라고 명명하고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광장은 사라지고 수억 개의 골목길이 생겨났다. 인지의 권력은 분산되었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누군가는 나의 간절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당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무수한 소셜 미디어(SNS)의 파도 속에서 알고리즘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미지를 눈앞에 대령한다. 무엇보다 강력한 것은 신뢰하는 친구와 이름 모를 사용자들이 남긴 추천의 속삭임이다. 일방적인 외침의 시대는 가고, 다층적이고 관계적인 연결망 속에서 브랜드는 비로소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이 나의 질문을 듣기 전에, 이미 나의 필요를 예측하고 가장 적합한 이름을 대화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 혼돈의 디지털 바다에서 어떻게 잠재 고객의 의식에 닻을 내릴 수 있을까? 핵심은 ‘노출’을 넘어 ‘각인’으로 나아가는 전략에 있다. 단순히 많이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듯,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가령, 신뢰하는 친구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브랜드는 처음부터 따뜻한 온도를 갖게 되지만, 원치 않는 스팸 메일로 접한 브랜드는 차가운 거부감을 먼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혼돈에 가까울 정도로 다변화된 인지의 경로 속에서, 모든 길들이 공통적으로 향하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잘 만들어진 웹사이트’라는 디지털의 본가(本家)이다. 버스 광고판에서, 친구의 추천에서, 혹은 인공지능의 제안에서 시작된 그 희미한 호기심은 결국 브랜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의 집 문을 두드린다. 이때 웹사이트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 그리고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가 오롯이 담긴 하나의 잘 짜인 세계여야 한다.

결국 모든 인지 활동은 잠재 고객을 우리 집 현관으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아무리 화려한 초대장을 보내도, 찾아간 집이 황량하고 볼품없다면 만남은 실망으로 끝날 것이다. 따라서 현대 마케팅에서 ‘인지’의 첫걸음은, 고객이 언제 어떤 경로로 찾아오더라도 우리의 본질을 깊이 경험하고 다음 관계를 기대하게 만들 단단한 토대, 즉 우리의 철학이 담긴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지’는 단순히 브랜드를 아는 것(knowing)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스침 속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어내는 예술에 가깝다. 고객의 마음에 첫 번째 점 하나를 찍는 일. 그 작은 점이 어떻게 찍히느냐에 따라 이어질 호감과 탐색, 행동과 지지의 모든 여정이 결정된다. 당신의 브랜드는 오늘, 누군가의 마음에 어떤 모양의 점으로 남았는가? 그 첫 만남은 과연 다음의 여정을 기대하게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을까. 그것의 시작은 홈페지지 즉 웹사이트다.  당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 그 부름에 이끌려 찾아온 이들이 마주할 당신의 집은 과연 안녕하신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의미 있는 것은 만남이다.” –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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