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死後) 09] 그대의 죽음 이후는 그대의 하루들로 이루어져 있다일상의 반복, 감정의 습관, 믿음의 태도가 짓는 사후의 풍경

[사후(死後) 09] 그대의 죽음 이후는 그대의 하루들로 이루어져 있다<span style='font-size:18px;display: block;'>일상의 반복, 감정의 습관, 믿음의 태도가 짓는 사후의 풍경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그것은 이미 매일 우리 안에서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 이후의 세계를 짓고 있다.
말 한 마디, 감정 한 줄기, 선택 하나,
그 모든 것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건축 자재처럼
삶의 이면에 축적되고,
영혼의 형상을 빚고 있다.

하루는 가볍지 않다.
지나간 하루는 단지 시간의 조각이 아니라,
존재의 패턴을 만드는 도장과도 같다.
우리가 어떤 감정에 머무는지,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가는지,
어떤 신념으로 사람을 대하고 나 자신을 평가하는지—
그 하루의 무늬가
쌓이고, 겹치고, 응고되어
결국 죽음 이후의 내면 풍경을 결정짓는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품는 감정이
그 사람의 무의식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의식은
삶의 방향, 선택, 관계, 사랑,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까지
조용히 지배한다.

기독교적 전통에서 말하는 ‘영혼의 상태’ 역시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원이란 ‘믿습니다’라는 선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믿은 대로 살아내는 하루하루의 자세 속에서
천국이 확장되기도,
지옥이 시작되기도 한다.

유식불교는 더욱 명확하게 말한다.
“현재의 일상적 마음이, 다음 생의 세계를 짓는다.”
그러므로 불교의 수도승들은
말투 하나, 생각의 방향 하나에도
철저한 훈련과 자각을 반복한다.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당신이 오늘 무엇에 감사했는가에 달려 있다.
지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당신이 반복해서 품은 원망과 억울함,
타인을 향한 저주와 자기혐오의 언어 속에
조용히 쌓여간다.

우리는 매일
사후의 세계를 조금씩 조각하고 있는 조각가다.
의식하든 하지 않든,
그 손에는 습관이라는 조각칼이 들려 있고,
그 손끝에는 신념이라는 힘줄이 붙어 있으며,
그 앞에는 죽음 이후의 공간이 마치 대리석처럼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새기고 있는가?
무엇이 당신의 하루를 결정하고 있으며,
어떤 감정이 당신의 자리를 지배하고 있는가?

죽음 이후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일상 속의 무의식적 언어, 감정, 태도의
복제이며, 확장판이며, 궁극의 정산서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그대의 죽음 이후는
그대가 흘려보낸 수많은 평범한 하루들이
응결되어 탄생한 존재의 풍경이다.

그러니 오늘도 다시 묻는다.
그대의 하루는
죽음 이후의 어떤 세상을 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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