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감은 보통 저녁에 온다. 퇴근길 지하철, 밀린 메일함, 지워졌다 되살아나는 할 일들. 그때 화면 속에서 들었던 한 문장이 기억을 눌러준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한 프로게이머의 인터뷰에서 나온 이 말은 경기장을 넘어 우리 일상의 문턱까지 흘러왔다. 패배를 지워주는 주문이 아니라, 패배를 견디는 자세였다.
‘중꺾마’는 뭉클한 구호로만 남으면 금세 휘발된다.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면, 먼저 결과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오늘의 점수판이 내 인생의 총합은 아니다. 패배는 기록이지만, 의미는 해석이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어떻게 읽을지부터 정해야 한다. “지고도 배우는가, 이기고도 변하는가.” 질문이 태도를 만든다.
다음은 방향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고집과 다르다. 고집은 제자리에서 버티지만, 마음은 궤도를 조금씩 수정하며 앞으로 간다. 실패가 알려준 좌표를 반영해 루틴을 손본다. 퇴근 후 30분, 자투리 시간을 새벽의 골든타임으로 바꾸고, 피드백을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받아 적는다. 낭패의 기억이 쌓일수록, 움직임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 위로가 뜨거울수록 습관은 차가워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방법으로 작은 승리를 쌓는다. 기록은 오래 버틴 마음의 궤적이 된다. 언젠가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재능이 아니라 리듬이라는 것을.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리듬, 둔탁하되 멈추지 않는 리듬.
중요한 것은, 포기의 순간을 늦추는 기술이다. 다 진 것 같은 밤에도 한 판 더, 한 줄 더, 한 걸음 더. 그 작은 ‘더’가 내일의 표정을 바꾼다. 당신의 오늘은 몇 번 꺾였는가. 그럼에도 무엇이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가. 중꺾마는 경기장의 함성이 아니라, 새벽의 속삭임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면, 끝나려는 마음부터 늦춰보자.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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