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될 수 없는 것들의 무게끝나버렸다는 사실보다, 끝날 수밖에 없었다는 자각이 더 오래 남는다

지속은 사랑받는다.
끈기, 충성, 헌신, 유연한 지속 가능성까지.
사람들은 오래된 것에 경외를 품는다.
오래 함께한 부부, 오래된 브랜드, 긴 역사를 가진 도시.
오래되었다는 건 가치를 견디고 남은 증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은 지속되지 않는다.
관계는 흐트러지고,
기억은 바래며,
계절도 감정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되지 못한 것들 앞에서 우리는 종종
슬픔 대신, 죄책감을 느낀다.
왜 오래 가지 못했을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가 더 참았더라면.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콩트 스퐁빌은 『미덕이란 무엇인가』에서 말한다.
“지속되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말라.
영원하지 않은 사랑도, 그 순간엔 진짜였음을 기억하라”고.
그 말은 위로처럼 느껴지다가도
가끔은 가슴을 찌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것을 붙들려 애쓰며 살았던가.

종교는 말한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불교).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슬람).
세상에는 때가 있다(기독교).
모두 지속되지 않음의 의미를 견디기 위한 언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까?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흐려질 기억을 붙들고,
끝날 인연에 온 마음을 걸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건,
지속되지 못하는 순간들이 때때로 가장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그 순간을 더 뜨겁게 만들고,
헤어짐이 예정된 사이가
서로를 더 깊이 보게 만든다.

우리는 결국 모두
지속될 수 없는 것들로 이뤄진 존재다.
하지만 그것이 무의미함은 아니다.
오히려 그 무게가,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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