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둔 사람의 재질이 결국 나를 규정한다친구라는 미래 설계도

당신의 일기 속, 일정속, 메신저 리스트의 이름들은 몇 년째 같은가? 대개는 비슷하다. 인간은 익숙함을 사랑한다. 그러나 익숙함이 꼭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국 옥스퍼드의 ‘잉클링스(Inklings)’ 모임을 기억해보라.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은 매주 같은 시각, 같은 펍에서 원고를 읽어주며 서로를 비판했다. 그 날카로운 우정이 없었다면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지금 우리 손에 닿았을까.

친구는 거울보다 선명한 증폭장치다. 네가 큰 생각을 품으면, 그는 그릇을 넓혀준다. 네가 좁은 골목에서 맴돌면, 그는 담장을 더 높인다. 그러므로 친구를 고르는 일은 취미가 아니라 투자다. 자산을 불릴 때는 위험과 수익률을 따지면서, 사람을 사귈 땐 왜 ‘재무제표’를 보지 않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정을 세 가지로 나눴다. 쾌락, 이익, 그리고 덕(德). 쾌락은 흥이 식으면 사라지고, 이익은 손익계산이 바뀌면 떠난다. 덕으로 맺어진 우정만이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덕이란 결국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밀어 올리는 힘이다.

친구를 신중히 사귀라는 말은 낯선 이에게 닫히란 주문이 아니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설계도’를 읽으라는 권고다. 그의 언어가 나를 확장시키는가, 축소시키는가. 그의 선택이 내 가치관을 견고히 하는가, 흔드는가. 살피고 또 살핀 끝에 손을 내밀어라. 그 손잡음이 네 미래의 초석이 된다.

지금 옆에 있는 이름들을 떠올려보라. 그들과 10년 뒤의 당신을 동시에 상상해보라. 두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다면, 이미 훌륭한 투자를 시작한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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