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기회 사이에서 필요한 자기 경계친절의 이면을 보는 눈

사람은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 달라진다.
누군가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주면,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래서 “믿음이 곧 성장의 밑거름이다”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모든 믿음이 순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건네는 친절과 배려가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해관계와 욕심을 위한 것인지
구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겉으로는 똑같다.
따뜻한 말, 세심한 배려,
내가 흘린 말까지 기억해내는 꼼꼼함.
이 모든 게 순수한 믿음일 수도 있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일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경계는 희미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의 의도가 아니다.
내가 어디까지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느냐이다.
타인의 친절을 기회로 착각해 의존하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의 판단과 선택이 나의 삶을 좌우한다.
그 순간부터 관계는 상호적 신뢰가 아니라,
종속과 기대가 된다.

진짜 능력자는 나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로 하여금 스스로 설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를 자꾸만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끌어들이는 관계보다,
내가 스스로 ‘잘하고 싶다’는 동기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관계가 더 귀하다.

그러니 기억해야 한다.
상대의 친절을 무조건 기회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가 잃을 수 있는 것도 함께 계산하는 습관을.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건 분명 큰 힘이지만,
그 믿음 속에 섞여 있는 계산을 보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의 중심을 잃게 된다.

믿음은 선물이다.
그러나 그 선물이 내 자리를 대신해선 안 된다.
진짜 기회는 타인의 친절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친절을 걸러내고 나를 세우는 힘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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