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시(詩) 모음

첫 사랑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궁금하고.

내가 뭐라면 괜찮고,

남이 뭐라면 화나고.

눈 뜨면 안 보는 척,

눈 감으면 아삼삼.

만날 보는 바당 같아 몰랐다가도,

안 보이면 천지에 나 혼자 같은 것.

입안에 몰래 둔 알사탕처럼,

천지에 단물이 들어가는 것.

그게 그건가

그게 그건가.

그래서 내 맘이

만날 봄인가.

 


개점복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제주

천 만번 파도,

천 만번 바람에도

남아있는 돌 하나.

내 가심 바당에

삭지 않는 돌 하나.

엄마.


두고 가는 마음에게

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을 알았는데

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을 압니다.

이제는 내게도 아랫목이 있어,

당신 생각만으로도 온 마음이 데워지는 걸.

낮에도 달 떠 있는 것 아는 듯이 살겠습니다.

그러니 가려거든 너울너울 가세요.

오십 년 만에 훌훌, 나를 내려 두시고.

아까운 당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꼬운 당신. 폭삭 속았수다.

 

오애순 作

-폭삭 속았수다, 오애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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