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마 작년 봄이었나… 아니, 초여름쯤이었나? 아무튼 5월 즈음이었을 거야. 내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었거든. 그날 점심으로 짬뽕을 먹었는데, 원래는 자장면 시키려다가 바꿨던 거 기억나? 그때 말이야…”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 걸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도무지 보이지 않고,
머릿속엔 “그래서 핵심이 뭔데?”라는 말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보다
기억을 따라가며 불필요한 정황묘사를 나열하는 실수를 한다.
자세히 말하는 것이 진실한 것 같고,
정보가 많을수록 설득력이 높아질 거라 믿지만,
정작 그 디테일이
말의 본질을 질식시키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화란
기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중심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당신의 옷 색깔이나 날씨보다,
당신이 왜 이 얘기를 꺼냈는지,
그 이야기를 통해 나누고 싶은 감정이나 메시지가 뭔지를 듣고 싶어 한다.
말이 길어질수록,
핵심은 작아진다.
경험을 나눈다며 온갖 디테일을 쏟아내는 순간,
듣는 이는 마음의 문을 천천히 닫는다.
정보가 아니라,
논점을 잃은 말의 피로감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말버릇은
타인을 지루하게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말은 많은데 결국 아무것도 전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대화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주변정보를 걷어내야
말의 결이 살아나고,
듣는 이의 집중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도 이와 맞닿아 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청자는 핵심을 추출하지 못하고,
결국 대화 자체를 ‘피하고 싶은 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의 명료함은 배려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필요 없는 장식은 덜어내자.
오늘 당신이 한 말들 중
길고 복잡했던 대화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 말은 정말 필요한 정보였나?”
“이 디테일 없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달됐을까?”
듣기 쉬운 말,
집중할 수 있는 말,
핵심을 품은 간결한 말.
그 말이 결국,
당신이라는 사람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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