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댓글은 칼이 되고, 소문은 진실이 된다‘진실’보다 ‘선동’이 빠른 세상에 관하여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무엇이 사실인가’보다
‘어떤 이야기가 더 자극적인가’를 먼저 묻는다.
누군가의 이름이 포털 상단에 오르면
그 사람의 진짜 인생이 아니라,
댓글과 캡처로 잘려진 편린들이
그 사람의 전부가 된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진실은 얇아졌다.
해명은 뒤늦고, 반박은 번거롭다.
그러는 사이, ‘그럴싸한 소문’은
‘확실한 사실’처럼 굳어진다.

우리는 지금,
선동이 진실보다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정치인의 말 한 줄,
유명인의 표정 하나,
언론의 의도된 제목 하나가
사람 하나의 인생을 결정짓는다.

댓글은 칼이다.
익명성의 장막 뒤에서 휘두르는 비수는
정작 손에 피가 묻지 않기에 더 잔혹하다.
그리고 그렇게 찔린 누군가는,
마침내 우리 앞에 사라진다.

우리는 단지 읽고, 넘기고, 웃고, 화냈을 뿐인데
누군가의 하루는 무너진다.
누군가의 가족은 해명도 듣지 못한 채
‘낙인’으로만 기억된다.

공론장은 원래 ‘사유의 장’이었다.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사실과 가치가 구분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합의가 시도되는 곳.
그러나 지금의 공론장은
댓글 전쟁의 전장이 되었고
댓글의 속도가 이성을 이겼다.

정치도, 사회도, 언론도,
이제는 ‘누가 먼저 말했는가’,
‘누가 더 분노를 끌어냈는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팩트보다 감정,
해석보다 편가르기,
설득보다 혐오가
더 강한 시대.

진실은 늘 한 걸음 늦다.
아니, 때로는 끝내 도착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에겐
‘말하는 자의 책임’뿐 아니라
‘듣는 자의 책임’도 필요하다.
진실을 찾아가려는 지적 태도,
넘어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윤리적 감각,
그리고 ‘재미’보다 ‘존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적 상식.

“그 사람,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봤어?”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소문은 늦어지고, 진실은 기회를 얻는다.

댓글을 쓰기 전에,
‘내가 이 말을 누군가에게 직접 할 수 있는가’를
한 번쯤 물어야 한다.

‘사실’은 끝내,
‘소문’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사이
너무 많은 사람과 마음이
다치고 부서진다.

정확히 보지 못한 눈보다
제대로 듣지 않으려는 귀가
이 시대를 더 어둡게 만든다.

진실은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선동의 소음을 넘어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마지막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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