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어른은 사라지고, 늙은 아이만 남았다나이만 먹은 ‘어른아이’들이 지배하는 풍경

우리는 분명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른은 점점 보이지 않는다.
연륜도 많고, 나이도 충분한 사람들이
정작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한 채
누군가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논리 대신 떼를 쓰고,
책임 대신 핑계를 낸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많지만,
어른이 된 사람은 적다.

사회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품격이다.
국회에서 책상을 치고 고함치는 정치인,
비판은 듣지 않으면서 비난은 쉽게 하는 지식인,
공공장소에서 분노를 터뜨리는 노년층.
이 풍경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른다움’을 어떻게 상실해왔는지 보여주는 사회적 징후다.

심리학자 다니엘 시겔은 ‘감정조절 능력’을
성숙의 핵심 조건이라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보다
감정을 쏟아내는 능력을 더 크게 주목한다.
분노가 조회수를 부르고,
자극이 선동을 이끈다.
그러다 보니 ‘분별’은 조롱당하고,
‘절제’는 무기력으로 비춰진다.

나이만으로 권위를 얻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늙었다고 해서 어른이라 부르지 않는 시대’다.
존경은 나이의 축적이 아니라
품격의 누적에서 나오는 법이다.

무엇보다 서글픈 건,
이런 ‘늙은 아이들’이 사회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를 가르치겠다며 고함치는 사람,
책임지지 않으면서 훈계만 늘어놓는 사람.
그들이 사회의 ‘어른’ 행세를 하며
공공언어와 윤리를 훼손하고 있다.

고전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말이 넘쳐 행동이 사라진 시대에
진짜 어른은 조용히 책임지고,
크게 베풀며,
작게 말하는 사람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시 ‘어른됨’을 배워야 할 때다.
나이와 상관없이,
책임질 줄 알고,
감정을 감쌀 줄 알며,
말의 무게를 알고,
타인의 경계를 지켜줄 줄 아는 사람.

그런 어른 한 사람의 등장으로
한 사회의 품격은 달라진다.

늙는 건 시간의 문제지만,
어른이 되는 건 선택의 문제다.

이제는 묻고 싶다.
당신은 나이를 먹었는가,
아니면 어른이 되었는가?

Leave a Reply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