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용기세상의 링 위에서 나를 지켜낼 단 한 사람

인생은 종종 사각의 링에 비유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그 링 위에 오르고, 관중의 함성 혹은 야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움을 벌인다. 코너에는 가족, 친구, 동료들이 서서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줄 수 있다. 그들은 때로 물병을 건네고,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전략을 외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심판의 공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쏟아지는 주먹을 피하고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야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아무리 절박하게 외쳐도 그 누구도 링 위로 뛰어 올라와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는 없다. 결국, 내 삶의 가장 치열한 싸움터에서 나를 지켜낼 최후의 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누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품게 된다. 동화 속 왕자님처럼, 영화 속 슈퍼히어로처럼,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환상. 이 달콤한 기대는 우리를 일시적으로 위로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의존적인 존재로 만들고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스스로 일어서기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게 되고, 부당함에 맞서기보다 타인이 대신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동화가 아니며, 우리의 삶에 무조건적인 책임을 져 줄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댐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더 큰 배신감과 무력감에 휩싸일 뿐이다.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공격적인 태세로 세상과 맞서 싸우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주권(sovereignty)을 확립하는 일에 가깝다. 나의 감정과 생각, 가치관이라는 영토에 누가 함부로 침범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타인의 부당한 평가나 요구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되, 그것을 공격의 빌미로 삼으려는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심리적 경계를 세우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자기를 지키는 행위다. 늑대가 무리 생활을 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지키듯,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의 경계가 명확할 때, 타인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자기 신뢰’에서 나온다. 세상의 모든 소음 속에서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판단과 선택을 믿어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마저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외부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이는 고독한 싸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 진정으로 동등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비추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삶이라는 링 위에서 가장 든든한 코치는 바로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 세상이 던지는 비난과 상처의 주먹 앞에서 움츠러들지 말자. 당신에게는 그것을 피하고, 막아내고, 때로는 역습할 힘이 이미 존재한다. 그 힘을 믿고 스스로를 지켜낼 때, 당신은 비로소 인생이라는 경기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가장 강한 방패는 강철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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