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용기: 신독(愼獨)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만드는 시간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신독(愼獨)’이라고 말할 것이다. 남이 볼 때만 예의를 차리고, 박수를 받을 때만 선한 행위를 하는 삶은 이제 너무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숫자와 타인의 시선에 길들여진 우리는, 어느덧 진짜 나 자신과 멀어진 채 ‘보여주기’ 위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퍼블릭 페르소나와 프라이빗 페르소나 사이의 간극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가장 큰 구조적 모순이 아닐까?

진정한 신독은 그 간극을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은 단순히 유교적 규범에 묶인 고루한 자기 검열이 아니다. 심리학자 칼 융이 말했던 ‘그림자’를 마주하는 용기이며,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극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을 온전히 만나는 순간이다. 나의 글쓰기 작업실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밤늦은 시간에 단 하나의 문장을 다듬는 행위가 내게 그렇듯, 신독은 결국 남에게 보이기 위한 ‘쇼윈도’ 속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작업실’에서의 치열한 노력이다. 우리가 목격했던 수많은 ‘노예계약’과 ‘성상납’의 추악한 현실은 결국, 타인의 시선과 시스템의 권력 앞에서 개인의 신독이 무너질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신독의 가치는 결국, 남이 있는 자리보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더 빛나는 인격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굳건히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외부의 찬사가 아니라 내면의 신뢰에서 온다. 우리는 홀로 있는 시간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내면의 코어를 단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기 삶의 편집자이자 주인공으로서, 어떤 유혹 앞에서도 나를 속이지 않는 태도. 그것이 바로 신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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