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수칙 12] 만만해지는 순간, 일만 더 떠안게 된다호의가 반복되면 역할이 되고, 역할은 책임이 된다

처음엔 그냥 도와준 것이었다.
다른 팀원이 바쁘다기에 자료를 정리해줬다.
기획서 초안을 다시 다듬어줬고,
업무가 몰린 날엔 회의 정리도 대신 했다.

그 다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도와준 일이 점점 고정된다.
도와달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당신 일이 되어 있다.


도움을 자주 주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당연하다는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일의 ‘기본 담당자’가 되어 있다.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자리일수록
그런 일이 반복된다.


조직은 편리한 쪽으로 흐른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을 쉽게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더 자주 호출된다.
그리고 만만한 사람은
항상 그 호출의 대상이 된다.

혼자 야근을 자주 하는 사람,
항상 대신 정리하는 사람,
조율과 설득을 늘 떠안는 사람.
이들은 조용히 지치고,
결국 팀 안에서 소모된다.


관계에서 주도권은
무례하게 거절하는 데서 생기는 게 아니다.
선 긋는 법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이건 제 일이 아니고
이번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말로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는
자꾸 흐려지고, 무게는 늘어난다.
그리고 그 무게는
말을 아끼는 당신에게만 실린다.


회사에서 오래 남고 싶다면
업무에 선이 필요하다.
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호의와 책임은 다르다.
한쪽이 반복되면
그건 일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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